中부동산업체 부실채권 가격 '바닥 지나 지하실'…투자 손실 커
"채권가격, 대부분 달러당 10센트 아래…5센트 미만도 다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2021년께 본격화한 중국의 부동산 시장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닥을 예상하고 부동산 분야 부실 회사채에 투자했던 기관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인용해 2021∼2022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발행한 국제 채권 가운데 810억 달러(약 109조7천억원)가량에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했고 기관들이 여기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은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을 비롯해 허징타이푸그룹(KWG), 중국아오위안그룹 등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의 채권을 사들였다.
이들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의 채권·부채를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한 뒤 채무 구조조정을 하도록 회사 측과 협상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이러한 투자법이 통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디폴트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수십 곳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금이라도 돌려준 곳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헝다는 지난달 채권단과의 장기간 협상 끝에 역외 채무 구조조정 안을 마련했지만 당국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아오위안은 디폴트에 빠진 지 18개월을 넘겼지만 아직 채무 구조조정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디폴트 채권 보유자들은 달러당 30센트 이상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리서치업체 크레디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업체가 발행한 달러화 채권 대부분의 가격은 달러당 10센트 아래이고, 5센트가 안 되는 것도 다수다.
헝다 회사채(25년 6월 만기) 가격은 2021년 12월 30일 달러당 15.125센트에서 이날 4.63센트로 내려왔고, 조만간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회사채(2025년 5월 만기) 가격은 같은 기간 달러당 95센트에서 5.26센트로 하락했다.
스위스 본토벨 자산관리, 홍콩 SC로이, 미국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은 2021년 말 경영난이 표면화된 뒤 헝다 채권을 사들였다. 당시 가장 많이 거래됐던 채권 가격은 달러당 20센트였는데, 현재는 달러당 2.5센트에 머물고 있다.
본토벨은 현재 헝다 채권 포지션을 정리했고, SC로이도 지난해 중국 부동산 회사채 보유분 대다수를 매도한 상태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등 불투명성이 커졌고, 채무 구조조정이 시장 주도가 아니라 정부 개입 하에 이뤄진다는 점도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BNP 자산운용의 장찰스 삼보르는 "모든 신호는 시장이 인내심을 잃었음을 보여준다"면서 "채권 가격이 달러당 10센트 미만이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채권 회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일부는 청산도 염두에 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래머시 기금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로버트 쾨니스베르거는 2021년 연쇄 디폴트 당시 투자자들이 너무 일찍 너무 비싸게 부실채권을 사들였다면서, 중국 부실채권 투자로 여전히 이익을 낼 수 있지만 타이밍과 진입 가격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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