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남부 60만명 몰렸지만…"인간성 상실" 아비규환 현장
'안전' 찾아 온 남부 칸 유니스도 혼란…차량 노숙·수십명 한 집에
이스라엘 지상전 본격화시 사태 가늠 힘들어…"물도 전기도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의 대피령 이후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대거 남부로 피난을 떠났지만, 위태로운 상황은 여전하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물, 전기, 식량 공급이 대거 끊긴 상황에서 주민들은 며칠째 몸도 씻지 못하고 물도 충분히 마시지 못하고 있다.
일단 몸은 피했지만, 피란지에서의 삶도 신산하기는 마찬가지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피령 이후 가자 지구 주민 60만명 이상이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남부로 몰려들었다.
인구 35만명으로 이전에도 이미 혼잡했던 남부 칸 유니스에는 난민 유입으로 100만명까지 인구가 늘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후 발생한 피란민이 약 10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AF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칸 유니스에 모인 난민들은 거리에 차를 세워놓고 야영하거나,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들어 혼잡을 빚었다.
유엔이 제공하는 피난처에도 50만명이 들어찼다.
생활은 여의찮다. 특히 물이 문제다.
아내, 일곱 아이와 함께 가자시티를 떠나왔다는 그는 AFP에 "며칠째 샤워를 못 했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 게 없다. 쓸 수 있는 물건은 없고 쓸 수 있는 건 가격이 치솟았다. 우리가 찾은 음식이라곤 참치통조림과 치즈뿐"이라고 토로했다.
가자시티에서 온 모나 압델 하미드(55)는 국경 지역 라파에 있는 친척 집에 가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알지도 못하는 사람 집에 있다고 말했다.
하미드는 "굴욕감과 당혹감을 느낀다"며 "피난처를 찾고 있는데 옷이 많지도 않고 대부분 더럽다. 씻을 물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전기도, 물도, 인터넷도 없다. 인간성을 상실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사바 마스바(50)는 남편, 딸, 친척 21명과 함께 라파에 있는 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
마스바는 "최악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건 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물이 너무 귀해서 우리 중 누구도 씻질 못했다"고 했다.
BBC는 칸 유니스의 어떤 아파트는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해 50∼60명의 '집'이 돼 있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매일 매일 물을 구할 방법을 생각한다. (지금은) 몸을 씻으면 마실 물이 없다"고 전했다.
안전을 찾아왔지만,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피 명령 이후에도 라파 등 가자지구 남부에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알라 알-하마스는 마을에 떨어진 포탄 자국을 가리키며 "여기는 모두 민간인이고 어떤 단체와도 관련이 없다. 그런데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BBC 기자는 현지에서 "이스라엘 드론이 다음 목표물을 찾아 윙윙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전했다. 폭탄이 떨어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영안실과 병원엔 더 많은 사람이 밀려든다며 "사람이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예고한 가자지구 작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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