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지상전 때 피바다"…각국, 네타냐후 만류 분주(종합)
가자지구 주민 큰 인명피해 우려…각국, 피해 최소화 외교행보
미 "전쟁법 준수" 재차 촉구…아랍·아프리카 주변국 "지상군 안돼"
중, 중동에 협상 중재 특사 파견 계획…러 "휴전 결의안 채택하자"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파괴를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무고한 시민들의 큰 인명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한 관련국들의 외교적 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230만명이 거주하는 초밀집지역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벌이면 아무리 하마스를 정밀 공격 목표로 삼더라도 민간인 피해는 피할 수 없다는 인도주의적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게 15일(현시지간) 오후까지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지만, 가자지구에서 남쪽 이집트로 연결되는 '라파 통로'는 이집트의 폐쇄로 막혀 있고 하마스가 대피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9일째인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만 누적 사망자가 2천600명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전까지 벌어지면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예측 불가능한 시가전에 빠져들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고 해도 그 이후 어떻게 할지 중장기 계획이 아직 없어 인명 피해만 양산하고 가자지구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간인과 같은 비전투원 살해는 국제법상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미국 등 주요국이나 관련국들의 외교적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BS 방송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 '60분' 전문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우려에 대해 이같이 답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재점령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의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법치와 전쟁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인의 안전은 물론 안전한 곳으로 가려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식음료, 의약품, 피란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하원의원 55명은 지난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대피로를 열고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조치를 하도록 압박을 가해달라고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런 가운데 서방 지도자와 외교관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와 이들의 대피, 인도주의적 지원책 접근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서방의 한 관리는 "이스라엘의 계획은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라비아반도 및 북아프리카 등지의 아랍권 국가들로 구성된 아랍연맹(AU)은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아프리카연합(AL)과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기구는 "늦기 전에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시)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기방어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비판하며 이번 전쟁의 확전을 막고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다음 주에 중동 지역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요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독일 NTV 방송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17일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보도를 즉각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주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미국과 관련국 등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피란 통로를 여는 데도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이며 노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가자지구 전체 주민(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0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든 가자지구 남부지역에선 외부로부터의 물 공급이 재개되고 이집트와의 국경이 제한적으로 재개방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달 9일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물과 연료, 전력 공급을 전면 차단한 이스라엘 정부는 전날부터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히면서, 이런 조처로 주민들의 남부지역으로의 피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 보안 관련 소식통을 인용,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 등 3개국이 16일 오전 9시부터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실제로 라파 통로에서 유엔 깃발이 달린 유류 운반용 트럭이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건너오는 모습이 목격됐다면서 외국 여권을 소지한 팔레스타인인 등의 출국이 허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현재 가자지구에서 외국인들을 나오게 하는 대가로 휴전이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건 없다"고 밝혔다.
라파 통로가 실제로 재개방됐는지, 어떤 인원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이 통로를 이용할지 등은 여전히 확실치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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