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대변 기구 신설' 개헌안 사실상 부결(종합)
말스 부총리, 개표 초반 결과 보고서 '부결 선언'
50% 개표 결과, 반대 58%로 찬성 42% 압도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호주에서 원주민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를 세우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사실상 부결됐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는 14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된 뒤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부결을 선언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말스 부총리는 "국민이 개헌에 반대했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전국적으로 50.2%가 개표된 가운데 반대가 58.1%로 찬성 41.9%를 크게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ABC 방송 등 호주 방송 매체들은 전체 6개 주(州)에서 뉴사우스웨일스, 태즈메이니아, 퀸즐랜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 주에서 반대가 찬성을 웃돌았을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에서는 전국적으로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하고 6개 주 중 4개 주에서 과반 찬성이 나와야 개헌안이 가결된다.
말스 부총리의 이 같은 선언은 호주 내 시차 때문에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선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는 호주 원주민(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들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지를 물었다.
개헌 추진은 집권당인 노동당이 작년 5월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이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를 비롯한 개헌 지지자들은 개헌을 통해 헌법에서 원주민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보이스를 설립하면 원주민 생활이 더 나아지는 것은 물론 국가통합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당과 국민당 연합은 헌법에서 특정 인종을 명기하는 것은 호주인을 인종에 따라 차별해 사회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보이스도 권한이나 기능이 불명확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찬성 지지율이 40%대에 그쳐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호주 원주민들은 전체 약 2천600만명 인구 가운데 3.8%에 달하며, 헌법에 적시돼 있지도 않고 국내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 해당한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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