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으로 넓힌 경제지도…에너지·바이오 등 新시장·협력 개척
한·UAE CEPA에 자동차·원유 등 관세 철폐…중동시장 선점·에너지 경쟁력 강화
"에너지 안보 차원서 중요 협정"…불안한 중동정세속 초고속 타결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정부가 한·아랍에미리트(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하면서 경제지도를 중동 지역까지 한 뼘 넓히게 됐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UAE 양국이 합의한 CEPA에는 양국 주요 수출 품목의 관세 철폐와 함께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스마트팜, 헬스케어, 첨단산업 등 5대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도 포함됐다.
지난 1970년대 중동붐이 건설, 석유화학, 플랜트 중심이었다면 이번 한·UAE CEPA를 계기로 에너지, 바이오·첨단 산업 위주로 '신(新)중동붐'이 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이 지역 허브국이자 핵심 우방국인 UAE와 협력 관계를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 원유 안정적 수급…UAE서 韓자동차 입지 강화 발판
UAE는 중동 지역 핵심 우방국으로, 발달된 인프라와 안정적인 경제를 바탕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허브로 꼽힌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78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95억달러다. 규모 면에서 UAE는 16번째 교역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UAE 수출은 39억6천700만달러, 대UAE 수입은 154억9천3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15억2천600만달러 적자다.
한국은 UAE에 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고,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입해온다. 지난해 한국의 원유 수입국 중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에 이어 3위였다.
이번 CEPA 체결로 원유에 대한 관세는 10년에 걸쳐 완전히 없어진다.
가격 변동에 민감한 원유에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정유산업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석유제품을 원료로 하는 산업 역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유와 같은 주요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과 양국 간 호혜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UAE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제품 등의 관세도 철폐된다.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이 UAE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이 UAE 자동차 시장 등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자동차 수출국과 비교할 때 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출 유망 품목이 화장품, 의약품은 물론 라면, 조미김 등 K-푸드의 대UAE 수출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UAE를 거점으로 다른 중동 국가와의 교역이 확대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세계 첫 '바이오경제 협력' 모델…UAE, CEPA에 '에너지 협력' 첫 포함
한·UAE CEPA에는 '바이오 경제 협력'이 담겼다. 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처음으로 이 분야가 포함된 것으로, 세계 최초 모델이기도 하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산업의 육성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속서 형태로 CEPA에 포함된 바이오 경제 협력은 연구소, 기업, 투자자 간 연결과 공동 연구를 지원하고, 평상시는 물론 위기시에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교류하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이번 CEPA에 따라 UAE는 최고 수준으로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다. 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이미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산병원 등이 UAE 현지에 진출해 있다.
정부는 CEPA 체결로 의원급·병원급 의료 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가 허용되면서 K-의료서비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산후조리, 물리치료 서비스 등이 개방돼 우수한 한국 의료시스템의 수출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CEPA에는 대체·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공급망 등의 '에너지·자원 협력'도 부속서로 채택됐다. UAE가 그간 체결한 CEPA 중 에너지·자원 협력이 포함된 것은 한·UAE CEPA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재생에너지, 수소와 함께 탄소 포집·저장(CCUS) 등에서 협력한다.
하루 평균 10∼14시간의 풍부한 일조량을 확보한 UAE는 '글로벌 선 벨트'로서 태양광 발전에도 유리하다.
앞서 한국의 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출로 양국은 원자력 분야 협력도 꾀하고 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UAE와 오랜 시간 구축한 에너지 분야의 신뢰 덕분에 UAE로선 예외적으로 CEPA에 에너지·자원 협력 내용을 넣었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중동에서의 우려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협정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디지털 정부, 디지털 ID,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첨단 디지털 분야에서도 양국이 손을 잡기로 했다.
◇ 이·팔 전쟁 속 '초고속' CEPA 타결
아울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번 협상이 속도감있게 타결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UAE는 지난 2021년 10월 CEPA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서면 의견 교환, 온라인 협의 등을 통해 공식 협상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양국의 CEPA 협상이 속도를 낸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은 메신저앱으로 수시 소통했다.
이런 가운데 1차 공식 협상이 9월 중순 두바이에서, 2차 공식 협상이 10월 초 서울에서 각각 열렸고, 지난 두 달간 단 두 차례 공식 협상 만에 타결이 이뤄졌다. 장성길 산업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이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에 매진했다.
산업부는 UAE와 중동지역 첫 자유무역협정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기세를 몰아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 개별 국가와도 실질적 통상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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