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 나치 같아" 콜롬비아 대통령 발언 논란
"강한 유감", "히틀러의 대량학살에 빗댄 것 경악" 등 반발 이어져
칠레 등 중남미 일부 좌파 정상, '이스라엘·하마스 양비론' 내세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일부 좌파 정상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분쟁을 두고 이스라엘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중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콜롬비아 첫 좌파 정권을 이끄는 구스타보 페트로(63)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가자 지구에서의 무력 충돌과 관련한 글과 관련 기사 등을 지난 8일부터 10여건 넘게 올려뒀다.
내용은 대체로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특히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 공격과 전면 봉쇄를 명령하는 요아브 갈란트(64)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관련 기사를 게시한 뒤 "이것은 나치가 유대인을 향해 말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민주주의 시민은 나치즘이 국제 정치 무대에 다시 등장하는 걸 허용할 수 없다"며 "(갈란트 장관처럼) 증오 발언이 계속된다면, 홀로코스트만 불러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페트로 대통령의 '나치' 비유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주콜롬비아 이스라엘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페트로 대통령을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초대하고 싶다"고 꼬집었고, 미국 역사가이자 유명 홀로코스트 연구자인 데보라 립스타트(76) 미 반유대주의 감시·종식을 위한 특사도 소셜미디어에 "페트로 대통령의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관 역시 이날 소셜미디어에 "콜롬비아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를 히틀러의 대량학살 정권에 빗댄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테러 조직 하마스에 반대해 줄 것을 (페트로 대통령에게) 요청한다"고 썼다.
가브리엘 보리치(37) 칠레 대통령은 양비론을 들고나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 살인, 납치를 규탄한다"며 "또한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행한 것과, 국제법을 위반해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한 것도 따져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든 공간에서 확고한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9) 멕시코 대통령의 경우엔 "분쟁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며 중립 입장을 밝혔다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는 말은 테러를 지지한다는 것과 같다"는 주멕시코 이스라엘 대사의 공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알리시아 바르세나(71)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분명히 해두자. 멕시코는 아무런 뉘앙스 없이 평화와 대화, 민간인 보호를 옹호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두둔하기도 했다.
'중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대통령은 다소 원론적인 입장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 어린이를 풀어주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그 보호자가 가자 지구를 떠날 수 있도록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전쟁의 광기 뒤로는 최소한의 인간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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