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주택 점검, 필수산업 됩니다"
'홈 인스펙션' 시장 공략 나선 이길원 홈체크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새 아파트 입주 전에 시공이 잘됐는지 집주인이 확인하는 절차가 사전점검이다.
이를 통해 집 안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시공업체 측에 수리를 요구하게 된다.
집주인이 직접 해온 이 일을 대행하는 주택 점검 사업에 대한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으로 불리는 주택 점검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60여개 국가에서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확장 초입 단계의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홈체크(HomeCheck)는 국내 주택 점검 시장에서 빠르게 위상을 높여온 스타트업이다.
2018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설립 6년 만에 정규직원 47명에 프리랜서 점검사 1천여명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길원(31) 홈체크 대표를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중앙대에서 융합전공으로 부동산학·창업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캠퍼스에서 얻은 지식과 과제 수행을 통해 쌓은 경험을 살려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대학생 때 우연히 접한 뉴스를 통해 신축 아파트 입주민과 시공사 간에 하자 문제로 갈등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주택점검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1년 만인 2018년 2월 새 아파트에 초점을 맞춘 점검 서비스를 선보였다.
첫 고객은 세종시 소재 아파트 입주 예정자였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광고했는데, 그걸 보고 연락해온 분이 첫 고객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전국에서 연간 2만 가구를 점검하는 규모로 컸습니다."
이 대표는 하자를 제대로 못 잡아낸 경우 고객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평(3.3㎡)당 1만원 선인 서비스 이용료를 100%까지 환불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서비스 질을 계속 높이면서 고객 신뢰를 쌓아온 것을 고속 성장 배경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요즘에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편리성 때문에 점검 서비스를 의뢰해 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입주민이 직접 점검해 모든 하자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전문가 도움을 받을 경우 두세시간 내에 점검을 끝내고 곧바로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건축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와 보조요원을 한 팀으로 파견해 약 470개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 리스트를 기반으로 점검 작업을 진행한다.
점검 작업에는 열화상카메라나 수직·수평 측정기 같은 전문 장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하자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홈체크는 현장에서 태블릿으로 입력한 점검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문서화해 고객에게 발송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때문에 보고서 작성에 매달려야 했던 점검 요원이 점검 작업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고객 입장에선 점검 작업 종료에 맞춰 결과를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홈체크는 이런 일련의 점검 결과를 취합해 정리해 주는 데이터 가공 소프트웨어를 최근 개발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하루 점검하면 하루는 보고서를 써야 할 정도로 문서 작업량이 많다"며 그간 일하면서 주택 점검 시장의 디지털화가 뒤처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홈체크는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가 이 소프트웨어 사용을 원할 경우 유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 사례를 보면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도 사전점검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 시장 규모가 연간 약 8조원대이고 홈 인스펙터(Home Inspector) 자격 보유자는 3만여명이나 된다고 해요. 주택 점검이 하나의 필수산업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안에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연간 약 30만 가구 규모인 전국의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 기준으로 6~7%가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고 신혼부부가 많은 단지에선 이용 비율이 20~30%로 뛴다며 점검 서비스에 대한 주목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선 전체 가구의 35%가 이용할 정도로 주택 점검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업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초기 자금으로 5억원을 받은 홈체크는 시리즈 A 단계로 20억원 규모의 자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자금을 활용해 신규 주택 중심의 서비스를 주택 거래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연간 80만~100만 건의 주택이 매매되고 전월세 거래는 150만~200만건입니다. 신규 주택 말고도 매년 약 300만 가구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는 기존 주택을 거래하거나 전월세 놓는 경우에도 주택 점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미국에서처럼 점점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쪽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로 작년의 2배 규모인 70억원을 예상하는 홈체크는 2027년까지 연 매출 8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달성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