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공짜연료' 줘온 멕시코 석유회사, 美서 돈빌리려다 퇴짜
만성적자 페멕스, 8억달러 대출 실패…"쿠바에 기부→판매 전환 고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멕시코 국영석유회사가 신용 대출을 위해 미국 은행에 손을 벌렸다가 퇴짜를 맞았다.
9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엘피난시에로와 밀레니오 등에 따르면 미국 수출입은행(EXIM)은 최근 페멕스(PEMEX·Petroleos Mexicanos)의 8억 달러(1조800억원) 신용 대출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대출 거절 이유로는 쿠바에 대한 100만 배럴 이상 원유 기부가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멕시코 일간지들은 보도했다. 관련 정보는 멕시코 정부나 페멕스 모두 공식적으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출 승인 거절 사실 자체도 EXIM이나 페멕스 측에서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쿠바 출신의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미 하원의원(공화당)은 이에 대해 "서반구 권리를 수호하고 미국 납세자 이익을 보호한 EXIM 이사회에 경의를 표한다"며 "저는 미국 정부의 일부 관료가 헬름스버튼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고 엘피난시에로는 전했다.
헬름스버튼법은 쿠바 경제 제재를 규정한 법률이다.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이후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취하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정부는 국제개발협력청을 통해 연료 부족에 허덕이는 쿠바에 석유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월까지 멕시코와 쿠바 유조선이 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원유를 실어 나른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가 국내 수요에 충분한 연료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출 물량을 줄인 조처와 맞물리는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멕시코는 그러나 재정 적자와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쿠바에 기부가 아닌 '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쿠바에 석유를 판매하는 행위는 미국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페멕스는 수년째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석유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석유 추출량 증대 등 영향으로 깜짝 흑자(230억 페소·1조7천억원)를 봤으나, 그전에는 수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예컨대 2020년엔 3천461억페소(약 21조6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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