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동성 지원 대상 금융기관 상시 감독할 수 있어야"
한은 정책 심포지엄…"대출제도 개편 통해 최종대부자 기능 강화"
이창용 총재 "대출적격담보증권 범위에 대출채권 추가 등 검토"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대출제도를 개편한 가운데, 한은이 유동성 지원 대상 금융기관을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까지 나왔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5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 강화'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개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최종대부자 기능 수행 시 민주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정치적 비난,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종대부자 기능 수행 후 손실 발생 시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동성 지원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봉착한 금융기관에만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현실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문제와 지급 능력 문제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하므로 한은이 대상 금융기관을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임건태 한은 통화정책국 신용정책부장은 최근 한은 대출제도 개편 내용과 목적을 소개했다.
한은은 지난 7월 자금조정대출제도의 적격 담보 범위를 확대하고 대출금리를 내렸다.
또한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은이 이들 기관 중앙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임 부장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한은은 최종대부자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금융안정 역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제도 유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신속한 지원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체계 구축, 대출채권의 평시 담보 활용 가능성 제고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은 ▲ 금융기관 상설 모니터링 체계 확립 ▲ 감독 당국과 한은의 수시 정보공유 강화 ▲ 대출채권 인정요건 완화 ▲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도 적격성 부여 ▲ 상설 대출제도 이용기관에 대한 엄격한 사후관리 등을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행사 축사에서 "우리나라는 디지털뱅킹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해 급격한 자금이탈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현행 한은 대출제도를 보면 주요국에 비해 적격담보증권 범위가 좁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제약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에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이나,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 현행 제도나 실무상 제약 사항을 보완해가면서 금융통화위원들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대출제도 개편과 관련해 "발표 시점이 새마을금고 불안이 고조된 시가와 맞물렸으나, 이는 특정 비은행 금융 부문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디지털 뱅크런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왔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시스템 리스크 진단과 한은 유동성 지원 확대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은행과 증권사의 시스템 리스크 수준을 평가한 결과, 증권사의 리스크 수준은 은행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최근 6년간 대형 증권사 시스템 리스크 수준은 평균 15.9%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리스크가 평균 4.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를 예방하고 이번 개편방안의 정책적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유동성 지원 전후 비은행 금융기관 위험 요인 개선사항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당시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 확대에 따른 채권시장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신용스프레드가 유의하게 감소해 신용채권시장 안정화 추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대출제도 개편은 유사시 채권시장의 신속한 유동성 확보를 통해 신용채권 급매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경감하고 금융 취약계층 후생 증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경감되며 자금 조달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예금시장의 경쟁도 축소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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