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LED TV 탄생시킨 양자점…태양전지·의료 활용분야 무궁무진
나노 크기에서 양자현상 보이는 양자점 찾고 생산법 만든 예키모프-브루스-바웬디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알렉세이 예키모프, 루이스 브루스, 문지 바웬디는 양자점을 통해 물질의 크기 또한 새로운 특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일상으로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물질 크기에서는 고전적 화학 특성이 나타나지만 나노 크기로 줄어들면 이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양자 현상은 물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이용하면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양자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수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로 원자 수천개가 모인 반도체 물질인 양자점은 고대 이집트에서 유리 세공에 이를 경험적으로 활용해 색을 내기도 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1930년대부터 과학자들도 이론적으로 양자점이 특이한 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당시 나노 구조를 만드는 기술로는 이런 특성을 연구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에키모프는 1980년대 반도체를 도핑한 유리의 색상을 연구하다 유리 속 나노 크기 결정이 색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와 별도로 브루스는 유체에서 떠다니는 입자 크기에 따른 양자 효과를 관찰해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동시대에 비슷한 연구를 했지만, 에키모프가 옛소련 과학 저널에 이를 발표해 미국에서 연구하던 브루스는 양자점 발견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브루스의 제자기도 한 바웬디는 1993년 기름과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기존 합성법의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는 새 합성법을 개발해 양자점 생산과 수율 혁명을 일으켰다.
바웬디의 제자인 김성지 포스텍 교수는 "이렇게 만들어진 양자점은 내부 결함이 아주 작다"며 "이전 양자점은 결함이 많아 빛 방출이 크기에 따라 나타나지 않고 결함에 의해 결정됐는데 바웬디의 합성법으로 크기별로 밝은 빛을 내는 양자점을 합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자점은 이미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등이 개발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는 하나의 재료로도 크기를 달리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 양자점의 특성을 응용한 대표적 예다.
LED 램프의 빛에 색상을 더해주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며, 연구에서는 생물 조직을 볼 수 있는 형광물질로도 쓰인다.
김 교수는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다양한 자연 그대로 순수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어 상용화된 QLED 소재로 응용됐다"며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도 높아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프로브, 의료 등 다양한 분야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웬디는 2020년 현택환 서울대 교수(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와 함께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예측한 노벨 화학상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현 교수는 실온에서 온도를 천천히 올리는 방법으로 나노입자를 대규모로 균일하게 만드는 '승온법'을 개발해 양자점이 산업으로 응용되는 기반을 닦았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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