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마잉주 전 대만총통 "차이잉원 정부 의도적 국호 변경"
건국기념일 슬로건 '중화민국' 대신 '대만' 사용에 기념식 보이콧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 정부가 국경일인 건국기념일(쌍십절·10월 10일) 행사의 공식 슬로건에 공식 국호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中華民國) 대신에 '대만'(TAIWAN)을 사용해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친중파'로 통하는 마잉주 전 대만총통이 쌍십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전날 성명을 통해 "차이잉원 정부가 쌍십절 기념식 행사를 '대만 국경일'로 부르기로 했기 때문에 쌍십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마 전 총통은 "언제부터 우리의 공식 국호가 중화민국에서 대만으로 바뀌었나"라며 "중화민국이 사라졌다. 차이 정부는 의도적으로 국호를 바꿨고 '중화민국 국경일'을 '대만 국경일'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명백히 대만 독립을 향한 길"이라며 차이 총통이 임기 내 마지막 쌍십절 행사에서 '대만 국경일'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만 독립을 몰래 시도하려는 것은 대만과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0년간 쌍십절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마 전 총통은 지난해 당국에 '대만 국경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올해 자신이 기념식에 참석한다면 이는 우회적으로 대만 독립의 길을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참석을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마 전 총통은 아울러 유권자들을 향해 헌법상 대만의 국호와 대만인들의 안전을 무시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를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대만 쌍십절 경축 행사 준비위원회는 올해 112주년 쌍십절의 주제를 '민주대만, 강인과 영속 2023 대만 국경일(TAIWAN NATIONAL DAY)'이라고 밝혔다.
준비위는 지난해 선보인 국경절의 영문 슬로건 'TAIWAN NATIONAL DAY'가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해당 영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행사의 명칭에 '중화민국'이 들어가 있으므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색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당 등 야권과 친중파들은 즉각 반발했다.
마 전 총통의 성명에 국민당 총통선거 후보 허우유이도 내년 건국기념일에는 '중화민국 국경일'이라는 명칭을 되찾기 위해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당은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포용적인 입장인 반면, 민진당은 독립 성향이다.
중화민국은 대만의 정식 국가 명칭이지만, 중국은 대만을 국가가 아닌 중국의 특별행정구 정도로 규정하며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하며 이 역시 탐탁지 않게 여긴다.
중국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쩌둥이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10월 1일을 건국 기념일로 삼은 중국과 달리 대만은 신해혁명이 시작된 10월 10일을 쌍십절(雙十節)로 부르며 건국 기념일로 여긴다.
1911년 10월 10일 우창 봉기를 시작으로 전개된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무너지고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인 중화민국이 세워져 쑨원이 임시 총통에 취임했다. 대만은 쑨원을 '국부'로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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