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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의 자존심' 드디어 전기차로…미리 타본 5시리즈 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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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의 자존심' 드디어 전기차로…미리 타본 5시리즈 i5
안정·균형감 높이고 전기차 반응성에 정숙함까지…'고급스러운 주행감'
커진 차체에 스포티함 강조했지만 절제미 속 '디자인 전통' 유지

(리스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함께 국내 수입차 시장 '쌍벽'으로 꼽히는 BMW의 준대형 비즈니스 세단 5시리즈가 7년 만에 신형 8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1972년 처음 등장한 5시리즈는 우수한 동력 성능과 견고함, 절제된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800만대 이상이 판매될 만큼 사랑받는 차종이다. 특히 한국은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으로, 모 국산차 이름을 따 '강남 ○○○'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BMW는 8세대 5시리즈 첫 출시 지역을 한국으로 정했다.
8세대 '뉴 5시리즈'는 내연기관·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최초로 순수전기차를 파워트레인(동력계)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달 공식 출시에 앞서 지난달 14∼1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글로벌 시승 행사에서 5시리즈의 사상 첫 전동화 모델을 먼저 경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사전에 차량 제원을 숫자로 대략 숙지하긴 했으나 현지에서 실물 i5를 보고서 처음 든 생각은 '역시 크다'였다. 7세대보다 95㎜ 길어져 마침내 5m를 넘긴 전장 정보는 머릿속에 있었지만 체감상 크기는 수치의 이미지를 넘어섰다. 이전 세대 모델이 상대적으로 '아담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차체는 커졌지만 곳곳에 스포티함이 강조됐고, 그러면서도 절제감이 있어 요란하지 않았다.
BMW의 시그니처인 앞면 키드니 그릴은 전보다 넓어졌지만 앞서 7시리즈에 적용된 '아이코닉 글로우' 조명이 테두리에 탑재돼 미래적 감각을 구현했다. 역시 BMW 디자인의 상징인 더블 헤드라이트도 종전보다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진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줬다.
측면 하단의 사이드 스커트는 검정으로 처리돼 같은 색상을 적용한 후면 하단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차량 전체적으로 역동적 느낌을 배가시켰다. 이전 모델보다 리어 라이트 형태는 단순해졌으나 후면 디자인이 주는 전체적인 중량감은 8세대 모델에서 한층 더 크게 느껴졌다.
BMW의 또 다른 고유 디자인으로 '호프마이스터 킨크'라고 불리는 뒷좌석 도어 끄트머리 C필러 하단 부위에는 숫자 5를 새겨 BMW의 대표 세그먼트 중 하나인 5시리즈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 절제감을 강조한 실내가 펼쳐졌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의 버튼 및 조작부가 종전보다 크게 줄었고, 운전석 클러스터와 중앙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연결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먼저 출시된 7시리즈 순수전기차 i7의 실내 디자인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첫날인 14일 후륜구동 모델인 뉴 i5 eDrive40을 먼저 시승했다. 국내 동급 수입 전기차 시장에 내놓는 볼륨(많이 팔리는) 모델로, 국내 출시가는 최저 9천만원대 초반이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BMW 전기차 특유의 익숙한 효과음이 들렸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배터리 무게로 내연기관 모델보다 400㎏이나 무거운 차체가 부드럽게 앞으로 움직였다. 첫인상은 이전 5시리즈의 균형감과 안정감에 전기차 특유의 높은 반응성과 정숙함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자 시트 등받이의 좌우가 조여지면서 다른 차량의 모습이 금세 뒤쪽으로 사라졌다. 속도계를 일부러 확인하지 않으면 딱히 가속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숙성은 양호했다. 전기차 특성도 있겠으나 이전 모델과 비교해 소음 차단력은 뚜렷이 향상됐다.
시승 코스의 대부분 구간은 리스본 외곽 도로였다. 일국의 수도라고는 하나 한국으로 치면 남해안의 어느 시·군 해안도로를 달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고저차가 상당해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았고 도로 폭은 왕복 2차로 수준으로 좁았다. 서울의 북악스카이웨이를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구간도 계속해서 등장했다.
굳이 평가하자면 초행길에 그리 편안한 코스는 아니었으나 딱히 큰 어려움도 없었다.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해 반응한다는 지능형 회생제동이 내리막에서 적당한 타이밍에 스스로 감속을 실행했다. 반응 조건의 '일관성'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짧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데다 급커브까지 많은 도로에서 전방 주시와 감속에 신경 쓰는 데 드는 피로와 긴장감을 크게 줄여주는 기능이었다.
도로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홈이 파인 곳을 비롯해 노면 상태가 불량한 구간이 꽤 많았지만 승차감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이전 5시리즈 탑승 때와 비교하면 서스펜션이 주는 안정감이 눈에 띄게 높아진 느낌이다. 강화된 소음 차단력과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도 일조하는 듯했다.
전보다 향상됐다고 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은 시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나 시 외곽도로와 같은 환경에서는 결정적 순간에 '움찔'하며 손이 직접 운전대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91㎞가량 직접 운전한 뒤 동승자와 교대해 조수석에 앉아 차내를 조금 더 여유롭게 둘러봤다.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했다는 1열 전면부 인터액션 바(bar)의 크리스털 디자인, 목재 느낌을 주는 내장재 등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완전 비건 소재를 적용했다는 시트는 기존의 고급 가죽과 질감 차이가 거의 없었다. 다만 덩치가 전반적으로 커졌음에도 실내가 그렇게까지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일반 주행모드 중심으로 약 180㎞를 운전한 뒤 측정된 전비는 kWh(킬로와트시)당 5.7㎞로, BMW가 밝힌 공인 복합전비(4.1㎞)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듀얼 모터를 탑재한 4륜구동 고성능 모델 i5 M60 xDrive를 시승했다.
키드니 그릴과 휠에 스포티함이 좀 더 가미됐다는 점 외에는 외관상 별반 차이는 없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전날 탑승한 eDrive와는 다른 날카로운 효과음이 들려 고성능 모델임을 실감하게 했다.
출발 후 리스본에서 타구스강을 건너는 바스쿠 다 가마 다리를 지나며 고출력을 내는 부스트 모드를 작동해 보니 최고 출력 601마력에 최대 토크 81.0㎏·m을 내는 듀얼 모터의 진가가 나타났다.
가속 페달에 살짝만 힘을 줘도 시속이 바로 세자릿수가 되고, 좀 더 출력을 높이면 내연기관 엔진 느낌의 가상 모터음과 함께 차량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가며 총길이 10㎞를 훨씬 넘는 유럽 최장 교량을 금세 주파했다. i5 M60 xDrive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다.
바람이 꽤 강한 날 사방이 트인 교량을 지나는데도 풍절음 차단력이 좋아 가속이 잘 느껴지지 않는 탓에 뒤늦게 계기판을 보고는 흠칫 놀라 속도를 조절하는 일도 있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폭이 좁고 경사로와 급커브가 많은 시골길을 주로 돌았으나 넉넉한 동력 성능과 안정된 서스펜션 덕분에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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