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대리전' 몰디브 대선서 친중 야당 후보 당선
무이즈 후보, 결선투표서 솔리 현 대통령 8%p 차이로 물리쳐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 대통령 선거에서 친(親)중국 성향의 야당 후보가 친인도 성향의 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와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몰디브 대선 결선 투표에서 야권인 진보당(PPM)-국민의회(PNC) 연합의 모하메드 무이주(45) 후보가 54%를 얻었다.
무이즈 후보는 몰디브민주당(MDP)의 이브라힘 솔리(61) 현 대통령을 8%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번 투표의 유권자는 28만2천여명이며 투표율은 85%로 지난 9일 실시된 1차 투표보다 소폭 높았다. 1차 투표에서는 무이즈 후보가 46%, 솔리 대통령은 39%를 얻어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결선 투표 공식 결과는 이달 1일 나온다. 무이즈 당선자는 11월17일 취임한다.
솔리 대통령은 1일 자정 직전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무이주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과정을 보여준 국민도 축하한다"고 밝혔다.
무이즈 당선자는 승리를 선언한 후 지지자들에게 "국민은 번영과 국가 주권 보장을 바라는 크고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대선 결과로 솔리 대통령이 지난 5년 임기 동안 인도 쪽으로 기울었던 몰디브의 외교 정책이 다시 중국 쪽으로 돌아서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은 친인도 성향의 현 대통령과 친중국 성향의 야당 후보가 맞붙어 중국과 인도의 대리전으로 주목받았다.
무이즈 당선자는 '인도 퇴출'을 구호로 내걸었다.
당선되면 몰디브 내 인도 병력 75명과 다수 정찰기를 철수시겠다고 공약하고 무역 관계도 인도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돼 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비해 솔리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를 우선시하고 서방에 친화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2018년 대선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동참한 야민 당시 대통령 때문에 몰디브가 막대한 부채를 얻었다고 비판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이즈 당선자는 영국 리즈대학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민간 부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친중국 성향인 압둘라 야민 전 대통령 시절 주택인프라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수도 말레 시장이다.
주택부 장관과 말레 시장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는데 상당수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통해 대규모 자금지원을 받았다.
말레와 인근 훌룰레 섬에 있는 국제공항 사이에 다리를 놓는 2억달러 규모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무이주 당선자는 당초 대선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으나 야민 전 대통령이 부패 및 돈세탁 혐의로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출마가 좌절되자 대신 대선에 나섰다.
등록 마감일 직전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선거운동을 한 기간이 3주에 불과하지만, 솔리 현 대통령보다 불리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1차 투표에 이어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몰디브는 인도양 가운데에 있는 1천200개 산호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인구 약 50만명의 소국이지만 인도양 항로에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시된다.
동시에 기후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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