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보수 야당 대표 총리 인준안 부결…찬성 172·반대 178
29일 2차 투표서도 부결될 듯…산체스 총리 대행에겐 기회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스페인 총리 후보로 지명된 우파 야당 국민당(PP)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가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총리 인준 투표에서 예상대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스페인 하원이 이날 페이호 대표에 대한 총리 인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전체 350표 찬성 172표, 반대 178표로 안건이 부결됐다.
1차 투표에서 총리 인준안이 가결되려면 과반수인 176표를 얻어야 하는데 4표 부족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하원은 오는 29일 2차 표결을 해 총리 인준 여부를 다시 가린다.
2차 투표에선 과반수에 상관없이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더 많으면 가결되지만, 이날 드러난 찬반 표를 볼 때 사실상 결과가 달라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제1당이 맡는 게 관례다. 다만 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총리로 선출된다.
국민당은 지난 7월 치러진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전체 350석 중 137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됐으나, 총리로 선출되기 위한 안정선(176표)은 넘지 못했다.
총선에서 33석을 확보한 극우 정당 복스(VOX)가 국민당 편에 섰으나 역시 과반수엔 미치지 못했다.
이날 페이호 대표가 얻은 172표는 두 정당의 표에 각 1석을 가진 소수 정당 두 곳이 힘을 보탠 결과다.
스페인 정치권에선 국민당이 극우 정당 복스와 손을 잡은 게 패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스는 카탈루냐 분리 독립 움직임에 반대하는 등 수도 마드리드에 권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라 지역에 기반한 여러 군소 정당의 지지를 받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페이호 대표가 29일 2차 투표에서도 총리 인준 문턱을 넘지 못하면 기회는 이전 정부를 이끈 사회노동당(PSOE)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체스 총리 대행이 속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지난 총선에서 121석을 확보했다. 그 동맹 세력인 좌파 연합 수마르(Sumar)는 31석을 확보해 두 정당의 표만 152석이다.
사회당은 이에 더해 바스크민족당(PNV) 5석, 바스크지방연합(Bildu) 6석, 카탈루냐공화당(ERC) 7석, 기타 소수 정당 1석 등 지역 중심 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관건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Junts)'다.
현재 의회에 7석을 가진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가 사회당 편에 서면 178석으로 절반을 넘겨 산체스 총리 대행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가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를 비롯해 2017년 독자적 독립 찬반 투표에 참여했다 처벌받은 카탈루냐 인사들의 사면을 요구하고 있어 사회당으로선 부담이다.
만약 산체스 총리 대행도 총리 인준에 필요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11월 27일까지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스페인 의회는 해산되고 내년 1월 14일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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