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김해공항 출국장서 베트남인 도주…반복되는 유사사건
면세점 직원 뒤따라 출국장 빠져나가…특별한 제지없이 '무사통과'
국토부, 면세점·공항공사에 '보안교육 강화 및 시설 개선' 등 권고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해 12월 김해공항에서 베트남행 비행기 탑승을 앞둔 한 20대 베트남인이 출국장을 무단으로 빠져나갔다가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항 측은 이 베트남인이 출국장을 빠져나가 도주한 뒤에서야 관련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공항에서 이 같은 '출국장 무단 도주' 사건이 되풀이되는 등 항공 보안상 허점을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김해공항 보안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승객 A(당시 20세·성별 불분명)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9시 40분께 김해공항 출국장에서 도주했다.
A씨는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보안 검색 및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 탑승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베트남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대신 한 면세점 직원이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 면세점 직원을 뒤따라 일반구역으로 향하는 스크린도어와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했다.
A씨가 스피드게이트를 무단 통과할 때 경보음이 울렸지만, 그 소리가 작아 아무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면세점 직원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며 걷느라 뒤따르는 A씨를 인지하지 못했고, 보안검색대에 있던 요원 2명도 평소 출입증 소지자만 해당 통로를 이용한다고 생각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크린도어와 스피드게이트를 거친 A씨는 일반구역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얼굴 인식기는 통과하지 못했다.
A씨는 자신을 제지하는 경비요원에게 '지인한테 전달할 물건이 있다'는 취지의 몸짓을 했고, 해당 경비요원은 A씨의 여권과 탑승권을 인식시킨 뒤 출입문을 열었다. 이렇게 A씨는 출국장에서 일반구역에 도착했고, 곧바로 도주했다.
공항당국은 항공사로부터 '미탑승자 보고'를 받은 뒤에나 A씨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무단 도주' 정황을 인지했다.
이후 A씨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혀 같은 달 27일 출국했다.
A씨는 한국에 계속 체류하기 위해 김해공항 출국장을 빠져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공항에서는 정확히 10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 보안 허점이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12월 15일 20대 베트남인 B씨가 불법체류를 위해 김해공항에서 도주해 한 달여 만에 검거된 사건으로, B씨 역시 항공기 탑승 전 출국장을 빠져나갔고 담을 넘어 도주했다.
또 지난 2017년 10월에는 불법 체류 우려로 국내 입국이 불허돼 김해공항 보안구역 내 송환대기실에서 머물던 베트남 남성이 감시업무가 소홀한 사이 무단이탈했다가 6시간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국토부는 또다시 발생한 '출국장 도주'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면세점 측과 한국공항공사에 시정 조치 및 개선 권고를 통보했다.
국토부는 '면세점 직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로 보고 이 직원이 소속된 면세점 측에 '보호구역 출입증 소지자의 준수사항'을 정기적으로 전파하고 자체 보안 교육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스크린도어의 개폐시간이 지나치게 긴 점, 스피드게이트 경보음이 작은 점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출국장 내에 있던 승객이 일반구역으로 향할 때 간단한 면담만으로 출입문을 열어주는 절차를 개선하고, 공항의 보안·경비요원들이 업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박상혁 의원은 "베트남 승객이 우리 공항 출국장을 무단 도주한 사건은 항공보안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보안검색 강화, 관련 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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