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통 큰 여행 소비…홈쇼핑업계 1천만원대 상품 '봇물'
경제 어려워도 여행에 아낌없이 쓰려는 소비 심리 반영
중남미·아프리카행 장기 여행상품도 4년 만에 재출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 이후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홈쇼핑 방송에 1천만을 웃도는 고가의 이색 여행상품이 다수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여행에 아낌 없이 돈을 쓰려는 고객의 소비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3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GS샵은 지난달 24일 중남미 크루즈 여행 상품을 방송했다.
25일간 크루즈를 타고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등의 여러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가격은 1천800만원대로 GS샵에서 판매한 역대 여행상품 가운데 가장 비싸다.
고가임에도 620건의 예약 상담이 이뤄지는 등 고객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GS샵은 전했다.
GS샵은 지난 3일에도 1천만원대 중남미 여행상품을 방송해 800명에 가까운 상담 예약을 기록했다. 이는 애초 목표한 것보다 70% 높은 수치다.
GS샵은 코로나19 이전 매달 한두차례 중남미 여행상품을 방송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18년 15차례 방송해 1만6천건의 상담 예약 실적을 올렸고, 2019년에는 같은 횟수 방송을 통해 2만7천건의 상담 예약을 받았다. 회당 평균 1천67건, 1천800건 수준이다.
이후 3년간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기간을 거쳐 4년 만에 다시 중남미 여행상품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상담 예약 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행 수요 회복세가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GS샵은 보고 있다.
다른 홈쇼핑 업체도 고가의 이색 여행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0일 10박 13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6개국을 돌아보는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1천700만원이 넘는 비싼 상품임에도 방송 시간 70분 만에 상담 예약이 2천300여건이나 몰렸다.
연 1회 한정 판매하는 희소성과 '노팁'(No Tip), '노쇼핑'(No Shopping) 옵션 등 프리미엄 가치를 극대화해 고객의 호응을 얻었다.
가격과 관계 없이 차별화된 이색 여행 수요를 확인한 현대홈쇼핑은 다음 달 초 2천만원이 넘는 초고가 프리미엄 중남미 크루즈 상품 방송을 편성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도 올해 초 북유럽과 같은 평소 접근하기 쉽지 않은 지역으로 가는 고가의 장거리 여행 상품 방송을 집중 편성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지난 2월 북유럽 비즈니스 패키지(약 790만원)는 2천건, 아이슬란드 패키지(약 780만원)는 1천건의 예약 실적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7월 지중해 비즈니스 패키지 방송 역시 970만원의 가격에도 예약 실적이 1천여건에 달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월 기획 프로그램 '꽃보다 여행'을 통해 1천300만원짜리 중남미 여행 상품을 선보여 1천500건 이상의 상담 예약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기 억눌렸던 해외여행 욕구가 엔데믹 이후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비용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을 떠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
여기에 중남미, 아프리카 등 평소 쉽게 가기 어려운 미지의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한 것도 고가 여행상품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행업 쪽은 지금도 호황"이라며 "다른 곳에 지출을 줄여 아낀 돈을 여행에 쏟아붓는 소비 행태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