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자처한 에르도안 "푸틴, 나쁘게만 보지 말자"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하지 않으며,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한 뒤 자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흑해곡물협정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쟁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흑해를 통해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 하에 성사된 흑해곡물협정은 지난 7월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끝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이 푸틴에 대해 부정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이것이 옳다고 보지도 않는다"면서 "러시아는 보통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곡물 생산량을 놓고 봤을 때 러시아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라며 "이런 나라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기도 한 튀르키예는 작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드론(무인기) 등 무기를 제공하고 영토 주권을 지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는 반대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튀르키예는 흑해곡물협정을 주선하는 등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흑해곡물협정이 중단된 이후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협정을 되살릴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하며 중재의 기회를 노려 왔다.
그는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서방국 지도자들에게 흑해곡물협정을 되살리기 위해 러시아의 일부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를 운반하는 선박 등에 대한 보험 제한을 해제하고 러시아 농업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 재연결하는 등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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