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직 사퇴…장남이 직위 승계(종합)
"다른 일 할 시간 됐다"…뉴스코프 회장으로 정치적 영향력 행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2)이 70년만에 언론사 경영에서 물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머독이 오는 11월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과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에서 물러나고, 현재 뉴스코프 공동 회장직인 장남 라클런(52)이 직위를 승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향후 명예회장직을 맡게 될 머독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평생 뉴스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좇으면서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도 이는 변치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젠 다른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후계자가 될 장남 라클런에 대해선 "열정적이고 원칙이 있는 지도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1931년 호주에서 출생한 머독은 22세 때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작은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은 뒤 몸집을 키워나갔다.
1964년에는 호주 최초의 전국 일간지를 창립했고, 1968년에는 영국 언론시장에 진출했다.
그는 영국에서 '뉴스 오브 더 월드'와 '선' 등 타블로이드지를 인수한 뒤 가십과 연예계 소식을 강화해 매출을 늘려나갔다.
이어 그는 미국으로 진출해 타블로이드지 '뉴욕 포스트'를 인수했고, 1980년대에는 20세기 폭스사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의 수장이 됐다.
현재 그가 회장으로 있는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의 더 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의 모회사다.
뉴스코프는 지난 2013년 뉴스와 출판을 담당하는 현재의 뉴스코프와 영화, TV 사업을 담당하는 21세기 폭스로 분할했다.
21세기 폭스는 지난 2019년에 뉴스와 스포츠 부문인 폭스 뉴스와 폭스 스포츠가 디즈니와의 합병에서 제외되면서 지금의 폭스 코퍼레이션이라는 독립회사로 새출발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막후에서 호주·영국·미국 등 각국의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태양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머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등을 돌렸지만, 재임 시절에는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또한 그는 1970년대에는 모국인 호주에서 언론을 동원해 총리를 교체하기도 했고, 영국 현실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그의 순자산은 131억 달러(약 17조6천억 원)로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9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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