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냐 캐나다냐…美, '시크교 암살' 충돌에 줄타기 외교
"'중국 견제' 인도와 '동맹' 캐나다 사이에서 바이든 곤경"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도 암살 사건을 둘러싸고 인도와 캐나다가 정면충돌한 가운데 미국이 양국 사이에서 복잡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피살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 정부가 인도를 배후로 공식 지목하자 백악관이 줄타기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견제할 균형추로서 지정학적 위상을 확보한 인도와 가장 가까운 동맹인 캐나다 사이에서 미국이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기 힘든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전날 하원 연설에서 캐나다 시민 니자르가 지난 6월 피격 사망한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있다고 주장했고, 캐나다 외교부는 인도 외교관 한명을 즉각 추방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국내 문제에 캐나다가 간섭한다"며 트뤼도 총리 주장을 일축했고 고위 캐나다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인도와 캐나다가 갈등을 빚자 백악관은 양국 입장을 반영해 수위를 조절한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가 언급한 (암살) 혐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캐나다 정부의 조사 절차에 인도 정부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인도 정부에 대한 우호 관계를 해칠 수 있는 자극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WP는 인도와 캐나다의 갈등으로 미국의 인도 공들이기 외교가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권운동 단체들은 모디 총리의 반대파 탄압과 소수 종교 박해를 거론하며 인도에 대한 미국의 구애 외교를 비판해왔고, 바이든 정부의 인권 중시 외교 노선에서 '시크교 암살' 사건이 당장의 현안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인도와 캐나다의 고조되는 다툼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곤란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며 "무엇보다 트뤼도 총리의 주장은 백악관을 곤경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서 주요한 전략적 파트너이고, 캐나다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 가운데 하나여서 미국 입장에선 단순히 양자택일의 문제로 치환할 수 없다는 분석인 셈이다.
밀란 바이슈나브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은 중국의 확장주의에 대항하는 귀중한 방어벽(인도)을 배척하는 방안과 (인권 문제에 대한) 주요 나토 동맹국(캐나다)의 우려를 수용하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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