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일반토의 개막…안보리 개혁·우크라전쟁 핵심 이슈
26일까지 193개 회원국 대표 연설…유엔 총장 "유엔 새롭게 할 때"
바이든 "외교 통해 한반도 비핵화…동맹과 함께 우크라 수호할 것"
전쟁 후 첫 유엔 방문 젤렌스키 "전범 처벌받아야"…푸틴, 2년째 불참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올해 제78차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일반토의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막했다.
일반토의는 유엔 193개 회원국 정상과 총리, 장관 등 대표들이 총회장 연단에 올라 글로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최고의 외교무대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일반토의 가운데 첫째 날인 이날엔 35개국 정상들이 연설에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문제와 기후변화 대처,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쿠데타 등으로 불안한 아프리카 정세 등이 핵심이슈로 등장했다.
개막 연설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들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한 안보리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한 반면,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첫날 토의에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연단에 올라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비난하며 각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개막 연설에 나선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그는 "세상은 변화했지만, 유엔은 변화하지 못했다"며 "21세기의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원국 가운데 제일 먼저 연설에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마비된 안보리는 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가장 웅변적으로 방증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더 큰 대표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새로운 국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라질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강하게 희망하는 국가 중 하나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유엔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호응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법적인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러시아 혼자만이 이 전쟁에 책임이 있으며, 러시아만이 이 전쟁을 즉각적으로 끝낼 힘을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의 침략에 함께 맞서고 다른 미래의 침략자들을 억지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오늘 동맹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호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올리브색 티셔츠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행위를 '인종말살'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위험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핵에너지까지 무기화하는 것"이라고지적했다.
특히 그는 "침략자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고 전범은 처벌받아야 한다. 추방된 이들은 돌아와야 하고 점령지는 반환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 세계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약 15분간 연설하면서 이따금 주먹 쥔 손으로 연단을 두드리는 등 격정적으로 말을 이어갔고, 각국 대표들은 중요한 대목마다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러시아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정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중재자'를 자처해온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협상을 촉구했다.
한반도 문제도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규탄한 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약속한다"며 외교적인 방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자국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란은 전날 미국과의 수감자 맞교환 합의에 따라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수감자 5명을 석방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탈탄소화를 가속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을 위한 기금 운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유엔총회엔 미국과 갈등을 겪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불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올해 회의에 불참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정상 중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유일하게 총회 연설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아니지만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영향력이 큰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이번 총회에 불참하자 일각에선 유엔의 위상 약화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반토의 두 번째 날인 20일 오전 18번째로 연단에 오른다.
북한은 5년 연속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연설 일정은 마지막 날인 오는 26일 오전 10번째로 잡혀 있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