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 전망 잇달아…일부 현물 이미 넘어(종합)
"90달러대 유가 지나치게 높아 지속불가능" 반론도
사우디 국영 아람코 CEO "장기 원유 수요, 예상보다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여파로 원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지역의 원유 현물가격은 이미 100달러를 넘었는데, 현 유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기차 보급 등 변수 속에서 장기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 사우디·러시아 감산에 美 셰일 생산도 감소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이날 91.48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0센트(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브렌트유는 원유 소비가 사상 최대로 급증한 상황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지난 3월 저점 이후 30% 이상 오른 상황이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3개월 연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공급 부족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9만3천배럴로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보다 약 4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가 된다.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을 늘리는 대신 생산시설을 줄여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빚을 갚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침체에도 원유 수요만큼은 강력한 중국은 여전히 핵심 리스크로 남아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의 최근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와 원유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세계 석유 시장이 다음 분기에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사우디의 감산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상승했다"며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100달러 돌파 시간 문제" vs "90달러대도 지속 불가능"
이에 따라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여부와 시점 등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브렌트유는 중국 경제 호황에 따라 2008년 2월 처음 100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크게 올라 여러 차례 120달러를 넘었다.
정유회사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컨설팅기업 에너지어스펙츠(Energy Aspects)의 암리타 센 수석 분석가는 "평균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거라는 건 아니고, 잠깐 100달러까지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그렇다"며 유가 추가 상승을 점쳤다.
현물시장의 일부 원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산 원유 콰이보에(Qua Iboe)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산 원유 타피스도 지난주 101.30달러를 찍었다고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아른 쉴드롭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밝혔다.
하지만, 현재 유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씨티그룹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외하면 수요 증가보다 공급 증가가 빠르기 때문에 90달러대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분석업체 세밥의 한 분석가는 블룸버그TV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120달러까지 오르면 석유제품 수요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그런 가격 수준은 과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 "석유 소비 10년 내 정점 예측은 틀렸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장기적인 원유 수요도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세르 아민 아람코 CEO는 이날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세계석유총회(WPC)에서 수요가 2030년까지 하루 1억1천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람코가 2010년에 예상한 1억2천500만 배럴보다는 낮지만, 1억500만 배럴 이하에서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보다 높은 수치다.
나세르 CEO는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석유 소비가 10년 내 정점을 찍고 가까운 시일 내 더 느린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IEA 예측은 틀렸다"고 단언했다.
대런 우즈 엑손 CEO도 같은 행사에서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어 오늘날 에너지 시스템이 대체되기는 힘들고 에너지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WPC에 참석한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목표가를 특정하지 않은 채 "OPEC은 안정적인 원유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다양한 방향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가운데 사전적, 선제적, 예방적이라는 세 단어는 우리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다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산 계획을 매달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원유시장의 경색을 보여주는 '진짜 수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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