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기 직격탄 이탈리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때문?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가지면 감염 시 중환자실서 인공호흡기 달 확률 3배"
伊연구진, 대유행 초기 다수 사망자 나온 지역 감염자 1만명 조사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코로나19 중증 증상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마리오 네그리 약리학연구소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은 연구논문에서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베르가모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으로 한때 '죽음의 도시'로까지 불렸을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다.
연구소는 베르가모의 코로나19 감염자 약 1만명을 조사한 결과, 중증 호흡기 질환과 연관이 있는 몇 개의 유전자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3개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선조를 공유하는 유사한 단상형 유전자)에 속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을 가진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각한 폐렴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두배나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할 확률도 세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주세페 레무치 마리오 네그리 약리학연구소장은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인간 게놈의 특정 부분이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화 위험과 상당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환자별 중증화 차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레무치 소장은 베르가모에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사람 가운데 33%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을 가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경미한 증상 또는 무증상자 중에서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이 별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르가모 지역에 이탈리아와 유럽 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대유행 초기 이탈리아 북부의 일부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도 규명이 안 됐다.
과학자들은 나이와 대기오염과 같은 요소와 함께 이탈리아 북부가 초기 감염지역이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발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수 있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연구대상자 가운데에서도 이미 2019년 말에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던 사람이 11명이나 됐다.
베르가모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이 보고된 시점은 2020년 2월이며 봉쇄 조치는 3월 초에 시작됐다.
네안데르탈인은 4만년 전에 멸종됐지만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의 혼종 교배 영향으로 유럽과 아시아계의 게놈 가운데 2% 정도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이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코로나19 중증화 간 연관성은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 박사가 공동 집필한 2020년 네이처 연구논문에서 처음 제기됐다.
연구팀은 당시 논문에서 코로나19 사망자 비중이 높았던 유럽과 아시아인의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 보유 비율이 각각 16%와 5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아프리카인에게서는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낮은 연령과 네안데르탈인 하플로타입 미 존재가 아프리카 지역의 낮은 감염률과 중증화 비율의 이유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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