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태어난 아기 유럽땅 닿기도 전에…계속되는 난민선 비극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향하던 중 출산…3일 전엔 생후 5개월 아기 익사
람페두사섬에 사흘간 8천500여명 유입…주민들 "텐트촌 반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으로 향하던 난민선에서 태어난 아기가 배가 유럽 땅에 닿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은 40여명을 태운 소규모 이주민 보트에서 갓난아기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아기의 엄마는 난민선 위에서 진통이 시작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낳았지만, 아기는 태어난지 얼마 안 돼 숨을 거뒀다고 한다.
아기의 시신은 람페두사섬 해역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중 보트에서 발견됐으며, 흰색 관에 담겨 람페두사섬의 묘지로 옮겨졌다.
현재 아기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안사통신은 전했다. 아기 엄마의 국적 등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람페두사섬에서는 이달 13일에도 이주민 구조작업 중 생후 5개월 된 아기가 바다에 빠져 숨지는 등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졌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 연안에서 145㎞ 떨어진 곳으로, 이탈리아 본토보다 북아프리카에 가까워 유럽으로 떠나려는 이주민들의 주요 기착지로 꼽힌다.
유엔이주기구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서는 불과 사흘(11~13일) 사이 8천500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199척의 난민선을 타고 람페두사섬에 상륙했다.
이탈리아 전체로 보면 올해 들어 난민 12만6천명이 유입되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이탈리아 적십자는 현재 400명 정원의 난민 수용소에서 2천500여명이 머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난민 유입으로 지속 불가능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해양 봉쇄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EU 측에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튀니지와의 합의 이행을 즉각적으로 가속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7월 이주민들의 주요 출발지 중 하나인 튀니지에 국경 관리 강화를 대가로 현금 지원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멜로니 총리의 초청에 따라 오는 17일 람페두사섬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람페두사섬에서는 난민 캠프 증설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시위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텐트촌을 원치 않는다. 이것은 유럽과 이탈리아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주민들은 지쳤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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