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청년, 세계 각지서 '생일 축하' 받은 사연 화제
캐리비언의 해적 주인공과 이름 같은 청년에 축하 메시지 쇄도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21번째 생일을 맞은 뉴질랜드 청년이 자신도 모르게 길거리에 세워진 축하 광고판 때문에 전 세계 각지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생일 축하 문자들을 받는 일이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헤럴드는 15일 오클랜드에 사는 잭 스패로란 이름의 청년이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게 된 특이한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주인공과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이 청년의 휴대전화에는 생일날 아침부터 생면부지의 사람들로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자와 음성 메시지가 쏟아졌다.
스패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부모님과 몇몇 친구들로부터 생일 축하 인사를 받고 나서 조금 있으니까 모르는 전화번호에서 생일 축하 문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어느 순간에는 그야말로 홍수처럼 밀려왔다고 밝혔다.
그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건 그가 일하는 회사의 브렌든 데이 사장이 오클랜드 서부 지역 거리에 세운 생일 축하 광고판 때문이었다.
데이 사장은 스패로에게는 비밀로 하고 길거리에 광고판을 세워 '오늘이 잭 스패로의 21번째 생일입니다. 그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주세요'라며 그의 얼굴 사진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게시했다.
지나가다 이 광고판을 본 사람들이 축하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생일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고 광고판 사진을 누군가가 온라인에 올리면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는 순식간에 세계적 사안으로 커져 버렸다.
뉴질랜드의 다른 지역에서는 물론 호주, 영국, 독일, 아시아 지역 등에서 사진을 본 사람들이 문자와 음성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왔다.
스패로는 문자를 보내온 한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답신을 보냈고 그제야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광고판이 세워진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 스패로가 받은 문자는 100통쯤 됐다.
그는 광고판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문자를 보내온 다른 사람에게 위치를 물었지만, 이 사람은 장난으로 엉뚱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한다.
스패로는 "자동차에 올라타 그가 말해준 곳으로 달려갔으나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래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자신이 일하고 사는 지역에 있다는 걸 유추해낼 수가 있었고 그것을 세운 사람이 사장이라는 것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간판을 찾아내 직접 철거하던 그는 선거용 간판을 훼손하는 것으로 안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스패로는 배터리가 떨어져 전화를 꺼뒀다 밤늦게 전화를 다시 켠 순간 500여 통의 읽지 않은 문자와 30통이 넘는 받지 못한 전화, 수많은 음성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온 것들로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내용들도 많았다고 한다.
스패로는 음성 메시지들이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돼 있었다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무실 전체 직원들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캐리비안의 해적 주인공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재미있어하면서 전 세계에서 문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벤트를 기획한 데이 사장은 스패로가 '복수'(?)를 다짐하고 있어 자신이 무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즐거워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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