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등재 겨우 면해
등재되면 세계문화유산 지위 박탈당할 수 있어…시장 "큰 승리"
유네스코 "베네치아 보존 위한 추가 조치 필요"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침수와 과잉 관광 등으로 시달려온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유네스코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는 신세를 겨우 면했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회의를 열어 베네치아를 유네스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안건을 부결했다.
앞서 유네스코는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개발, 대규모 관광 등 인간의 개입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위협에 처해있다"며 목록 등재를 권고한 바 있다.
이 목록에 들어가면 세계유산센터가 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년 상태를 검토하는 등 관련 조치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전 단계로 인식되기에 당사국으로선 웬만하면 피하려 한다. 베네치아는 1987년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알리며 "베네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결과를 큰 승리로 규정하면서 "베네치아는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가 베네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한 일을 세계가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네치아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일련의 비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성수기 때 당일치기 여행객에겐 5유로(7천원)의 입장료를 받기로 하거나 해수로 인한 침수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쌓았다. 대형 크루즈 여행선의 접근도 막았다.
베네치아가 이번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을 피한 데에는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홍수나 침수 등 위험에 처한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베네치아의 대응이 아직 부족하다는 여론도 있다.
5천여명이 베네치아를 위험 유산 목록에 올려달라는 청원을 넣었다. 이들은 청원에서 "통제의 범위를 벗어난 여행 산업은 소수에게만 돈을 벌어줄 뿐, 대의와 현지 주민들에게는 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네스코 위험에 처한 세계 유산으로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말리 팀북투 등 55곳이 등재돼 있다.
베네치아가 위험에 처했다는 유사한 전문가 권고는 2년 전인 2021년에도 나왔으나 그때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거부됐다.
베네치아는 인구가 5만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에만 관광객 약 320만명이 찾아와 과잉 관광으로 홍역을 앓았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