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러 밀착 속 러시아와 곡물무역 확대…국경 물류허브 신설
동방경제포럼서 곡물 협력계약 여러 건 체결…경제적 영향력 강화 포석인 듯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북한과 러시아가 4년여만의 정상회담으로 바짝 밀착한 가운데, 북러의 정치·군사적 관계 강화를 지켜보던 중국이 대(對)러시아 곡물 무역으로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양국 기업들은 러시아의 곡물을 중국에 가능한 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건의 협정을 체결했다.
그중 하나인 '신(新) 토지·곡물 회랑'은 러시아 우랄산맥과 시베리아, 극동 지역의 곡물 생산과 기반 시설 관련 업체들이 참여한 그룹으로, 중국의 국유기업인 청퉁국제투자유한회사가 국경 물류 허브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니즈넬레닌스코예-퉁장 곡물 터미널'로 알려진 새 물류 허브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헤이룽장성 사이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총투자액은 1억5천900만 달러(약 2천110억원)다.
이 곡물 터미널은 "전략적 협력과 상호 무역 확대에 관한 당사자 간 현존 합의에서 이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 토지·곡물 회랑' 프로그램 이행이 다음 단계가 되는 것"이라고 포럼 공식 성명은 밝혔다.
러시아에 있는 중국 곡물업체 레겐다그로의 런젠차오 대표는 11일 동방경제포럼에서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콩과 옥수수, 보리, 밀, 육류, 유제품을 수입할 의향이 있다며 "양국 사이의 농업 인프라가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SCMP는 이에 따라 양국 기업들의 구체적인 거래 계약이 연달아 체결됐다고 전했다.
'신 토지·곡물 회랑'의 또 다른 부속 시설인 '트랜스 바이클 곡물 터미널'은 중국 기업 광둥 베스트콘과 곡물 수송선단을 만들기로 계약했다.
곡물 전용 컨테이너 2만2천개를 만들어 최대 60만t의 곡물을 수송하고 연간 800만t을 저장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기업 EPT 역시 중국 물류업체 트랜스유라시아와 곡물·콩·기름 생산과 공급에 관한 두 건의 계약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국제적 고립이 심화한 러시아로선 든든한 경제적 '뒷배'인 중국과의 무역 채널이 한층 안정화된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올해 1∼8월 무역은 전년도 동기 대비 32% 급증한 1천551억 달러(약 206조원)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수출 품목인 석유와 천연가스 외에도 콩과 유채유 등 농산물의 수출량을 크게 늘렸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늘리는 것 말고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강조해온 '식량 안보'를 다잡기 위해 러시아와의 곡물 협력 강화에 뛰어들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주식 자급률 100%, 곡물 자급률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작할 수 있는 토지가 전 국토의 7%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략적인 약점으로 인식해왔다.
식량 구조 다변화를 위해 콩과 옥수수, 밀, 감자 등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며, 이들 품목의 안정적인 수입처 확보 역시 문제라고 중국 매체들은 강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일부 서방 국가들이 여전히 러시아의 곡물 수출을 제한하려 해 글로벌 식량 공급이 빡빡해진 상황에서 새 회랑은 중국의 식량 안보 전략과 국제 곡물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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