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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닮은 듯 다른'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상황은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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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닮은 듯 다른'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상황은 '역전'
2019년 첫 정상회담 때는 트럼프와 핵협상 결렬된 김정은이 절박
지금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궁지 몰린 푸틴이 '생명줄' 찾아나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년 전 첫 만남 때와 '닮은 듯 다른' 상황에서 마주하게 됐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좌한 이후 두번째로 이뤄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4년 전처럼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1천200km의 거리를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일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열차가 12일 오전 북한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했고 현지에서 환영행사도 열렸다고 전했다. 이 역시 4년 전 풍경과 닮았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만남의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입지는 4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4년 전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협상이 결렬된 지 불과 두달 만이었다.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으로 2006년부터 유엔의 제재를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왕따 국가'(pariah state)인 북한은 미국과 담판으로 활로를 뚫으려 했지만 실패해 절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패의 충격으로 휘청였으며 외교적 생명줄을 찾고 있었다"고 짚었다.

그에 비해 당시 푸틴 대통령은 국제적인 정치가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깨진 북미 핵 협상의 잠재적인 중재자를 자처했다.
푸틴은 외교 강국이자 북핵 프로그램을 종료시킬 잠재적 중재자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려 했으며,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중국과 미국 정부에 알리고자 하는 등 미국과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포린폴리시는 "4년 후 푸틴은 이 모든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철저한 외면을 받게 된 러시아가 더 절박한 쪽이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의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됐고 전쟁이 소모전으로 변하면서 군수 지원이 절실해졌다. 푸틴 개인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주요국 정상이 모이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수도 없게 된 처지다.
포린폴리시는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참패를 모면하려는 심산으로 김정은에게서 외교적·군사적 생명줄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 관리 출신인 마이클 키미지 미국가톨릭대 교수는 "러시아는 새로운 에너지 시장과 무기, 서방의 제재를 피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독재국가에까지 도움을 얻으려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의 핵 개발 가능성을 우려해왔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도 지지해왔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의 의견이 광범위하게 일치하는 거의 유일한 주제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의 잇단 실패를 겪으면서 러시아는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꿔 북한과 같이 고립된 반(反)서방 국가들과도 관계를 확대하려 한다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여차하면 유엔 대북 제재까지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키미지 교수는 "푸틴은 '서방 이후'의 러시아 외교정책을 개발하려 한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매우 진지하며,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특히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 무기를 확보하려 하는데, 성능이 떨어지는 북한제 무기까지 찾는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막으려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북한의 탄약은 품질 문제가 있다. 자신들이 무엇을 사려는지 러시아인들이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 북한 입장에서도 러시아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식량·보건·경제적 지원 외에 첨단 군사기술을 얻고자 한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체 기술을 이전받거나 서방의 미사일 방어체계 대응 기술을 제공받는 것은 서방 당국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이 두 기술은 핵탄두 운반 시스템을 더욱 '생존가능'하게 만들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의해 쉽게 저지되지 않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재정립하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북한을 아시아 내 서방 동맹국에 대항하기 위한 핵심 완충 국가로 보고 챙기려 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중국을 자극하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포린폴리시는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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