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전략동반자 美·베트남, 경협 확대…탈중국 공급망 구축(종합)
반도체·희토류 분야 공조…MS·엔비디아 등 투자 계획 공개
남중국해서 중국 견제 한목소리…"위협이나 무력 사용 반대"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국과 베트남이 양국 관계를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공급망 구축·반도체 산업 협력에 합의하는 등 경제 교류 확대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이틀째인 11일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팜 민 찐 총리를 만났다.
베트남은 권력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날 열린 '투자·혁신을 위한 정상회의'에 찐 총리와 함께 참석해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은 회의 석상에서 "양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AI(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은 주요 자원인 광물의 중요한 공급처"라고 밝혔다.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인텔, 구글, 앰코 테크놀로지와 보잉 등 다수의 거대 기업 고위 관계자들도 회의에 참석해 투자 및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현지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FPT와 전기차 메이커인 빈패스트, 국영 베트남항공, 인터넷기업 VNG 등 12개 기업 대표가 나왔다.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업체인 앰코 테크놀로지는 다음 달부터 북부 박닌성에 16억 달러(약 2조1천억원)를 투입해 지은 공장을 가동한다.
데이터인프라 반도체 기업인 마벨 테크놀로지는 남부 호찌민에 반도체 디자인·창업지원 센터를 열어 운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베트남 시장 상황에 최적화된 AI 기반의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FPT, 통신사 비엣텔, 빈그룹과 클라우드·자동차·의료 AI 부문에서 공조하기로 했다.
하니웰은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베트남 기업과 공조에 나설 방침이다.
이 밖에 보잉은 국영 베트남항공과 737 맥스 기종 50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매 금액은 79억 달러(약 10조3천600억원)에 달하며, 미국 내에서 3만3천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미 정부는 예상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베트남에 도착해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새로운 반도체 파트너십을 체결해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국가다.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6% 늘어난 1천93억9천만 달러(약 146조원)로 집계됐다.
베트남은 주로 의류와 신발, 스마트폰, 목재가구를 미국에 수출한다.
양국 간 교역액은 작년에 1천238억6천만 달러(약 165조원)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미국의 대 베트남 직접 투자는 1천200여건에 금액으로는 110억 달러(약 14조7천억원)를 넘어섰다.
양국은 일방적으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쫑 서기장은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국제법에 근거한 평화적인 분쟁 해결을 변함없이 지지한다"면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고 적법한 무역활동은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같은 입장을 고수해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베트남전 당시 살포한 유해물질 다이옥신 오염 제거를 위한 펀드를 3억 달러(약 4천억원)로 늘리고 불발탄 해체 비용 2천500만 달러(약 333억원)도 추가 지원키로 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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