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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국 규탄 빠진 G20 공동성명에 "양심의 목소리"라며 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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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자국 규탄 빠진 G20 공동성명에 "양심의 목소리"라며 쾌재
외무장관 "글로벌 사우스, 더는 맹목적 서방 추종 않을 것"
우크라 격분…차기의장국 브라질, 전범수배 푸틴에 '어서옵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 빠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러시아가 '양심의 소리'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전년보다 덜 강경한 공동성명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지만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지켜온 G20 회원국들과 서방의 균열이 더 선명해진 것은 사실로 관측된다.
일간 가디언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는 '무조건적인 성공'이라며 "우리는 정상회의 의제를 우크라이나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폐막한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국가는 영토 획득을 위해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성명은 "상황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평가가 있었다"는 단서를 달아 회원국 간에 상당한 입장차가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작년 G20 정상회의에서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문구가 들어가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서방이 이러한 내용의 공동선언문 채택에 동의할 것이라곤 내다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이건 그들의 양심의 목소리였을 것"이라면서 "솔직히 말해 우리는 그걸 예상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문서의 우리 문구를 지킬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G20 공동선언문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가 더는 맹목적으로 서방을 추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방식을 따르란 말을 듣길 원치 않는다"면서 "이건 개발도상국들에 예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서방국들의 신식민주의이고, 이번은 그들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끝)

그는 이번 협상에서 의장국이었던 인도의 역할이 컸다면서 인도가 G20을 '정치화'하려는 시도에 반대목소리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는 오랫동안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이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도 엄격히 중립을 유지해 왔다. 인도 측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 우크라이나를 참석시키자는 일부 회원국의 요구도 거부했다.
이러한 결과에 우크라이나는 격분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는 이 문서에 강한 문구를 넣으려 시도한 협력국들에 감사하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명백히,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면 참가국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빠진 것이 지니는 의미를 짐짓 축소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로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가시화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작년보다는 표현이 약해졌지만 이번 G20 공동성명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면서 "당신이 러시아측 자리에 있었다면, 세계 나머지가 어느 편에 섰는지가 상당히 명백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G20 정상회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러시아의 고립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솔직히 G20은 정치적 토론을 위한 포럼이 아니다"라면서 "현지 상황을 고려할 때 여기는 우리가 중요한 진전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그간 협력적 관계를 이어온 남반구 일부 국가들은 라브로프 장관의 말대로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우호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차기 G20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내년 11월 자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체포당할 일따윈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만약 내가 브라질 대통령이고 그가 브라질에 온다면 그가 체포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각종 전쟁범죄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그런 까닭에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이 ICC 회원국이어서 원칙상 푸틴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는데도 "그(푸틴)는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국내 일각의 비판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는 노선을 걸어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건 사실이다. 미국이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이라크를 침략한 것도 그러했다"면서 브라질은 어떠한 국가에 대한 침략에도 "100% 반대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이러한 태도에는 전통적인 비동맹 중립 외교기조와 함께 중국,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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