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골든타임 소진돼 간다" 위기감 속 필사의 구조·수색 지속
'세 딸 시신 수습' 진앙 인근 주민, 아내·아들은 아직 잔해 밑에
국제적십자사 "생존자 구조, 앞으로 24∼48시간이 중요"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지금까지 2천명 넘게 희생된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강진 피해 지역에서 필사의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지진이 늦은 밤 발생한 데다가 진앙 근처 마을에서는 건물 전체가 무너진 경우가 많아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안타까운 소식도 잇따라 전해진다.
10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께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진앙에서 가까운 알하우자주에서 1천293명이 숨져 가장 피해가 컸고, 452명이 숨진 타루단트주가 그 뒤를 이었다.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들이 많아 사상자는 더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하우자주 물라이 브라힘 마을 근처에서는 절벽에서 큰 암석이 떨어져 도로를 부분적으로 막고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인근 아스니 마을 주민 아데니 무스타파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잔해 밑에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4명의 자녀를 잃은 물라이 브라힘 마을의 주민 라흐센은 "모든 것을 잃었다"며 낙담했다.
구조대원들이 세 딸의 시신을 한때는 그들의 집이었던 건물 잔해에서 수습했지만, 아내와 아들의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세상과 떨어져 슬퍼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물라이 브라힘의 또 다른 주민은 바우흐라는 희생자를 묻기 위해 무덤을 파는 남자들을 바라보며 "내 사촌의 손자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을이든 다른 마을이든 이 지역의 모든 사람은 가족 일부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여진이나 금이 간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이틀째 노숙에 나선 주민들도 많았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최고 명소인 옛 시가지 메디나의 제마 엘프나 광장이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
가족들과 함께 이틀째 광장에서 밤을 지낸 무하마드 아야트 엘하즈는 로이터 통신에 "전문가를 불러 집에서 지내도 안전한지를 알아보는 중"이라며 "위험하다고 하면 집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 정부는 전날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이스라엘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여러 나라가 구호품을 지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모로코와 단교한 알제리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튀니지는 전날 모로코의 구조·수색 작업 지원을 위한 의료진과 수색 장비 등을 갖춘 50여 명 규모의 구조대를 현지로 파견했다고 신화 통신이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롤라인 홀트는 성명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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