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10%대 오차율…세수전망 시스템 회의론 '고개'
2000년대 이후 오차율 상승세…세수-성장률 '단기불일치' 심화
정부책임론 불가피…추계모델 공개·시점 변경 등 의견도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박재현 기자 = 지난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자릿수 세수 오차율이 유력해지면서 기존 세수전망 시스템에 대한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추계 모델 변경이나 시점·빈도 변경 등 다양한 개선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재정운용의 소모적인 혼선을 초래하기 쉬운 기존의 세수전망 시스템이 적절하냐는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 3년 연속 10%대 오차율…경기 연관성 저하·조세구조 변화
10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기존 예상치보다 60조원 안팎으로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족분 60조원을 기준으로 기존 세입예산(400조5천억원) 대비 15%가량의 오차율을 기록하는 셈이다.
세수 오차율은 2000년대 들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2000∼2009년 세수 오차율 절댓값의 평균값은 4.0%였다. 2010∼2019년에는 4.8%로 늘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년간 평균적으로 이 수치는 6.2%까지 상승했다. 특히 최근인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7.8%, 13.3%라는 큰 폭의 오차율을 기록했다.
직전 2년간 대규모 세수 초과가 발생했다면 올해는 세수결손이 생겼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세수추계의 문제점이 노출된 셈이다.
올해에도 15% 안팎의 세수 오차율이 현실화한다면, 정부로서는 3년 연속 두 자릿수대 오차율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이는 1988∼1990년 이후 처음이다.
오차율 확대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원인은 경제성장률과 세수 증가율 간의 인과관계 약화다.
성장률과 국세 수입은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 불일치'의 정도가 2000년대 이후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세수 오차 원인분석 기획 보고서에 따르면 경상 성장률과 국세 수입 증가율 간의 상관관계 계수는 1970년대 0.88, 1980년대 0.89에서 2010년 이후에는 0.61로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세 수입의 변화를 나타내는 국세 탄성치 또한 1990년대 중반까지 1.1 안팎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0년대 이후 -0.5∼3.5 범위에서 큰 폭으로 등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조세 구조의 변화도 세수 오차율 확대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법인세·소득세 등 소득 과세의 비중이 늘고, 자산 관련 세수가 증가하면서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총국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00년대 14.6%에서 2020년 이후 22.0%까지 늘었다.
세수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 등 소수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에 의존하게 되면서, 반도체 경기 등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세수가 요동치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외부 변수에 따라 대규모 세수초과와 세수결손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세의 비중도 같은 기간 22.4%에서 32.8%로 확대됐다. 자산 관련 세수의 비중도 1990년대 5%대에서 2020년 이후 20%가량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세수 추계 모델이나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 모델개선·시점변경 거론…세수추계 시스템 회의론도
대규모 세수 오차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
세수오차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저해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과대 추계로 인한 세수 결손은 재정 당국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매년 오차율을 줄이기 위한 추계 모형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세수 추계 회귀모형 단순화 및 국세 통계 활용 강화, 기준년 대비 증가율법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실행했으나 뾰족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형들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하고, 미시적인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계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재부가 사용 중인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민간에서 이를 검증·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상엽 경상국립대 교수는 "과거 추세를 토대로 미래 세수를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경기 변곡점 시기에 정확한 전망을 하기 힘들다"라며 "현재 경제 상황과 미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담당 부서에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추계 시기와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세입예산안 편성은 전년도 7∼8월에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기사이클을 비롯한 중요 변수를 세입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 추계 시점을 하반기로 늦추거나, 국회의 예산 확정까지 세수 전망을 지속해서 수정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세입 예산안을 기준으로 세출 예산안을 맞추는 현재 예산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입·세출 예산을 토대로 국채발행 규모를 결정하고 후속적인 오차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안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재의 틀에서는 언제든 세수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량적인 부채한도를 정해놓고 세출예산 중심으로 예산을 운용하는 미국처럼 보다 탄력적인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을 강제 규정으로 입법화한다면 일종의 미국식 부채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입예산 전망 자체의 구조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세입 예산은 말 그대로 '전망'일 뿐이라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오차율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하고, 향후 정부 지출 및 세수 확보 방안에 이를 적절히 반영할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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