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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에도 꺾이지 않은 동심…우크라 초등생 '지하철역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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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에도 꺾이지 않은 동심…우크라 초등생 '지하철역 입학식'
하르키우州 '학습 결손·사회성 부족' 우려에 지하 임시교실
"딸이 드디어 친구와 대화"…"교사도 활력 찾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내 이름은 나스티아야. 제일 좋아하는 건 초콜릿이야."
"나는 블라드야. 스포츠랑 게임을 좋아해."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州) 지하철역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자기소개가 울려 퍼졌다.
일반적인 교실과 달리 창문으로는 햇살 한줄기 비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위치했지만, 이제 막 새 학기를 맞이한 아이들 얼굴은 설렘으로 빛나 보였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르키우에서는 전날 지하철역 등 도시 곳곳에 마련된 임시 교실에서 새 학기 수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학교 1천300곳 이상이 파괴되는 등 정상적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게 불가능했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지난 1년 6개월간 심각한 학습 결손을 겪었다. 사회화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25마일(약 40㎞) 거리에 있는 데다 매일 같이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굉음이 울리는 하르키우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이에 하르키우 당국은 대면 학습을 원하는 가정을 위한 임시 교실을 마련했다.
학습 공간은 지하철역 등 폭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에 설치됐다. 지금까지 학생 약 1천 명이 대면 수업을 신청했다고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은 전했다.

이는 하르키우 전체 학생(약 11만2천 명) 수의 1% 수준이지만 앞으로 신청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지 학부모 약 20%가 대면 수업을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습 공간 옆으로 통근자가 오가는 등 이례적 환경에서도 이날 지하철역 교실 모습은 여느 새 학기와 다름없었다고 WP는 전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등교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빴고 교사들은 수업 계획에 따라 아이들을 지도했다. 학생들은 전통 자수가 새겨진 전통 셔츠 '비시반카'를 입고 모여 오랜만에 마주하는 또래와 대화를 나눴다.
화장실과 통풍구도 잘 정비됐다. 학습 공간 뒤편에는 혹시 모를 환자 발생에 대비해 간호사가 배치됐다. 심리학자들도 투입됐다. 아이들 상태를 실시간 관찰하기 위해서다.
7세 딸을 둔 보흐다나 보홀리우보바는 "온라인(수업)보다 낫다"면서 딸이 드디어 친구와 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6세 쌍둥이 딸을 혼자 양육하는 나디아 코지레바는 이런 대면 수업이 재정적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 장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코지레바는 지금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오랜만의 대면 수업에 들뜬 건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1학년 담임을 맡은 한나 닐로바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지난 1년 반 동안은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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