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나토 사령관 "흔들렸던 푸틴 권력, 프리고진 사망으로 강화"
"우크라에 집중할 준비돼…조만간 바그너 새 수장 임명할 듯"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망으로 한때 흔들렸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다시 강해졌다고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총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퇴역 미 해군 제독으로 나토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이날 미국 라디오 방송 WABC와의 인터뷰에서 "프리고진 사망이 그의 반란으로 약화했던 푸틴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푸틴은 약간의 '비행속도'를 얻었고, 다시 우크라이나에 전적으로 관심을 돌릴 준비가 됐다"면서 "이는 우리에겐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했던 프리고진이 의문의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지면서 푸틴의 권력이 다시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총사령관은 아직은 누가 바그너 그룹을 이끌지 불분명하지만 바그너 그룹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조만간 새 수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그너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 금고에 상당한 수입원"이라면서 "용병단은 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식업으로 성공한 프리고진은 2014년 바그너 그룹을 창설해 우크라이나, 중동, 아프리카 등의 분쟁 지역에 용병들을 파견하면서 각종 이권을 챙기고 러시아의 정치·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지원했다.
지난해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에도 참전해 주요 전투에서 전과를 올렸던 그는 6월 말 전쟁 수행 방식을 두고 갈등을 겪던 국방부 등 러시아군 지휘부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하루 만에 철수하는 자충수를 뒀다.
푸틴 대통령에 의해 '반역자'로 낙인찍힌 그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멈춘 뒤 용병들을 벨라루스로 이동 배치하고 아프리카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재기를 시도했다.
그러다 반란 두 달 만인 지난달 23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했다 전용기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갑자기 추락하면서 다른 탑승객 9명과 함께 숨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측은 프리고진 사망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크렘린궁은 이 같은 추측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만 지난달 30일 수사 당국이 비행기 추락 원인과 관련한 여러 가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기엔 특정 세력의 '고의적 악행'도 포함된다고 밝혀 암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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