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달래던 음식에서 수출 효자품목으로…환갑맞은 한국라면
1963년 삼양라면 등장…80년대 신라면·진라면 등으로 '라면 전성시대' 개막
'우지파동' 고비도…2000년 들어 '라면의 변신'
라면 수출액 2015년부터 8년 연속 증가…지난해 7억달러 돌파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한국 라면이 탄생한 지 오는 15일로 60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한국 라면은 올해 '환갑'을 맞는 셈이다.
어려웠던 시절 라면은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국내 식품 수출을 이끄는 '세계인의 음식'이 됐다.
◇ 1963년 9월 15일 첫 한국 라면 탄생…혼분식 장려 정책으로 판매↑
한국 라면의 시작은 삼양라면이다. 6·25전쟁 이후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은 1961년 남대문시장에서 사람들이 꿀꿀이죽을 먹으려고 줄을 선 장면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꿀꿀이죽은 미군부대에서 나온 잔반과 음식물 쓰레기 등을 모아 끓인 것이다.
전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먹어 본 인스턴트 라면을 대안으로 떠올렸고, 1963년 일본에 가 묘조식품에서 기술을 배우고 라면 기계를 들여왔다.
그해 9월 15일 출시된 삼양라면의 중량은 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당시 꿀꿀이죽 가격의 2배였지만, 30원 정도였던 김치찌개 백반, 커피 한 잔보다는 저렴했다.
1966년부터는 정부가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자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라면 판매가 늘었다.
또 라면이 연말연시 선물이나 결혼식 답례품 등으로 활용되며 생활 속으로 더 가깝게 들어왔다.
삼양식품 사사(社史)에는 삼양라면의 색이 바뀐 과정도 기록돼 있다.
출시 당시 삼양라면은 닭 육수를 바탕으로 한 하얀국물이었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고춧가루를 좀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며 지금의 빨간국물 라면이 됐다는 것이다.
◇ 1980년대 황금기 맞은 라면…'우지파동'으로 위기 겪기도
1980년대 한국 경제 성장에 따라 라면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특히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업계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을 잇달아 출시했다.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내놨고,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선보였다.
이른바 '황금기'를 맞았던 라면 업계는 1989년 '우지파동'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전해졌고, 기업 관계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되며 라면의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학계와 정부 등에서 우지를 사용한 라면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 2000년 이후 짬뽕라면·미역국라면 등 제품 다각화
2000년 이후 라면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다.
각 유통사는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선보였고, 라면업체들은 짬뽕라면뿐 아니라 미역국라면, 북엇국라면 등 다른 메뉴와 접목한 제품을 선보였다.
2011년에는 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개그맨 이경규가 개발한 '꼬꼬면'이 나왔고 이후 하얀국물 라면이 유행하기도 했다.
매운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맵부심'(매운 음식을 잘 먹는 자부심)에 맞춰 매운라면 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농심은 신라면보다 2배 매운 한정판 제품 '신라면 더 레드(The Red)'를 선보였고, 오뚜기는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출시했으며, 삼양식품도 '맵탱' 브랜드로 제품 3종을 내놨다.
제품 활용법을 창조하는 소비자인 '모디슈머'가 등장하며 라면을 즐기는 방법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라면은 여전히 한 끼를 해결하는 대표 음식이다. 60년이 지난 현재 삼양라면의 중량은 120g, 소비자가격은 910원이다.
최근 한류를 타고 한국 라면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증가했고,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7억6천543만달러로 처음으로 7억달러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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