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 中비구이위안 "채권 거치기간 40일 연장 원한다"
내주 7천억원대 채권 시작으로 줄줄이 만기…채권자 회의서 결론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만기를 앞둔 채권의 거치기간(grace period) 40일 연장을 제안했다.
30일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전날 비구이위안은 올해 2차 채권자 회의를 그날 오전 9시부터 31일 오후 10시까지 개최한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제안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39억위안(약 7천69억원) 규모의 채권 '16비위안05'은 다음 달 2일(2일이 휴일이므로 사실상 4일) 만기가 돌아온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14일부터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포함한 회사채 9종과 사모채권 1종, 비구이위안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등 총 11종의 관련 채권 거래 중단에 직면한 상태다.
비구이위안이 막아야 할 채권 총액은 157억200만위안(약 2조8천700억원)에 달하며, 다음 달 초 39억위안짜리 채권을 시작으로 9월과 10월, 연말, 내년 초까지 만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 7일 지불하지 못한 달러 채권 2종 이자(2천250만달러)에 대해서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나 이 유예기간 시한 역시 9월초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구이위안은 채권 거래 중지 당일인 14일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16비위안05'의 만기를 3년 연장하고 그 기간에는 이자만 지급하게 해달라고 채권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요청하기 시작했다. 올해 10월부터 2026년 9월까지 7회에 걸쳐 원금을 갚겠다는 것이다.
이어 18일 비구이위안은 23∼25일 제1차 채권자 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상환 방안을 의결하겠다고 공표했다. 모든 채권 계좌에 10만위안(약 1천812만원)의 소액 현금 상환이 추가될 것이라는 점도 약속했다.
하지만 대형 은행 등 채권자 중 일부는 비구이위안이 원리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며 이런 연장안에 불만을 표했다. 이에 비구이위안은 원래 25일 오후 10시(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투표를 불과 4시간 앞두고 오는 31일로 연기했다.
채권 거치기간을 늘려달라는 전날 비구이위안의 제안은 채권자들 사이의 표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차이신은 전했다. 채권 공모 조건에 따르면 미상환 채권 액면가 절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채권자 회의 결의가 성립한다.
그러나 회의가 너무 급하게 잡힌 나머지 채권자 가운데 회의 공지를 받지 못한 사람도 다수 있었다.
이들 채권자는 "발행인과 주인수업자가 평소처럼 전화나 우편으로 알려오지 않았다"며 "업계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2017년부터 5년 연속 중국 부동산 판매 1위를 기록한 비구이위안은 작년 기준 매출액 640억달러(약 84조5천억원)의 대기업이다. 총자산은 2천529억달러(약 334조1천억원), 총부채는 2천80억달러(약 274조8천억원)이었다.
민영 부동산 기업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곳으로 평가된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를 맞으면서 중국 부동산 부문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비구이위안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수는 다른 부동산 공룡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2019년 디폴트 위기를 맞았을 때의 네 배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비구이위안의 자산 관리 자회사인 비구이위안홀딩스가 대출금 상환을 위해 2억7천만 홍콩달러(약 454억원) 규모의 신주를 홍콩 증시에 발행할 계획이라며, 이는 컨트리가든이 처한 유동성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될 예정인 컨트리가든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76억달러(약 10조원) 손실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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