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예산] 'R&D 나눠먹기' 대신 '첨단 R&D 기함' 띄운다
바이오·우주·반도체 등 첨단전략 대형 연구 사업 추진
'갈라파고스 벗어나자'…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신설
원전 생태계 2천억대 금융지원…리튬·희토류 비축 대폭 확대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정부가 나눠먹기식이라는 지적을 받던 연구개발(R&D) 예산을 '플래그십'(기함)급 대형 첨단 전략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해 파급력이 있는 성과 창출을 도모한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통해 국가첨단산업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및 금융 지원 강화 방침을 밝혔다.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등 핵심 광물의 비축 확대에 들어갈 재원도 대폭 늘린다.
원전 산업 기업들을 위한 저리 융자에 1천억원이 새로 투입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내용도 내년도 예산안에 담겼다.
◇ 첨단전략기술 R&D '수술'…파급력 있는 성과 지향
정부는 29일 공개된 2024년 예산안에서 강조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3조4천억원 감소한 21조5천억원으로 책정하면서도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인프라 지원 예산을 늘렸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양적으로 급격히 확대했지만, 소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나눠 먹는 관행으로 이어져 경제·사회 전반에 파급력이 큰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수술'을 감행했다.
먼저 핵심전략기술 분야의 내년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와 유사한 4조9천867억원으로 잡혔다.
다만 미래 경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인공지능(7천51억원→7천371억원), 첨단 바이오(8천288억원→9천626억원), 양자(1천80억원→1천252억원) 분야는 크게 증액됐다.
특히 핵심전략기술 분야에서 전에 없던 '플래그십 프로젝트' 항목이 신설돼 바이오·우주·반도체 분야 지원이 강화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미국의 보건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벤치마킹한 'KARPA-H' 프로젝트가 마련돼 내년에 495억이 처음 투입된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맞춤형 암 예방 백신 개발, 국립대병원 중심 연구 인프라 구축, 초거대 인공지능(AI) 활용 신약 생산기술 개발 등이 추진된다. 총사업비가 1조9천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우주 분야에서는 총사업비 6천억원을 들여 전남에 민간 발사장 등 발사체 특화지구, 경남에 위성 특화지구, 대전에 인재 특화지구를 구축한다. 이 같은 '우주산업 삼각 클러스터' 사업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2024년 100억원이 우선 투입된다.
또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초격차 유지와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초격차 프로젝트'와 '한계 도전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잠정적으로 1조6천억원, 1조4천억원 규모로 정해졌다.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모빌리티용 고성능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등을 추진할 '초격차 프로젝트'에는 내년에 우선 600억원이 지원된다.
'갈라파고스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국내 중심 연구개발 관행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 수준 그룹과의 공동 연구를 크게 강화하는 등 국제 협력을 통해 혁신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 미국 보스턴의 선도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바이오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가 신설돼 864억원이 투입된다.
첨단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예산 지원도 강화된다.
첨단산업 특성화 대학이 8개에서 21개로 대폭 늘어나는 등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에 들어갈 2024년 예산은 1조8천74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2천800억원 증가했다.
◇ 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에너지 바우처 확대로 취약계층 지원
에너지 분야에서는 금융·수출 지원을 중심으로 원전 활성화 예산이 1천3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 차원에서 국내 100개사에 평균 10억원씩 총 1천억원의 저리 융자가 공급된다. 또 1천250억원 규모로 원전 수출 특별 보증을 제공하는데 25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필요한 탄소 포집 활용 실증 센터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올해보다 50억원 늘어난 89억원으로 잡히는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늘어난다.
취약 계층이 가스·전기 요금 인상으로 받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이 기존의 85만7천여가구에서 115만가구로 늘어난다. 또 지원금도 늘어나 내년 관련 예산은 6천800억원으로 올해보다 5천억원가량 증액됐다.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발표하는 등 에너지·자원 공급망 불안 요인이 커진 가운데 정부는 자원 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는 데에도 예산 투입을 크게 늘린다.
핵심 광물 국가 비축 사업을 담당하는 광해광업공단의 내년 관련 예산이 기존의 372억원에서 2천331억원으로 2천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이를 통해 24일 치 이상의 리튬, 60일분 이상의 갈륨, 1년 치 이상의 희토류를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리튬, 코발트, 흑연 등 33종의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5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주요 광물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특별융자 사업의 정부 최대 지원 비율을 기존의 30%에 50%로 높이고, 관련 예산도 올해 364억원에서 약 400억원으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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