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TSMC 美공장, 대만근로자 충원 시도하자 노조 반발
애리조나공장 가동연기 속 전문직 500명 데려오려다 저항 직면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신규 공장 건설과 관련해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TSMC 측은 부족한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대만에서 숙련 엔지니어를 데려올 계획인데 애리조나 현지 노조가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TSMC는 현재 애리조나 피닉스에 400억달러(약 53조2천억원)를 투입해 공장 2개를 짓고 있다.
TSMC는 2024년부터 1기 공정 시설의 가동을 시작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하고, 3㎚ 칩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2기 공정 시설은 2026년 운영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첫 가동이 2025년으로 1년가량 늦어지게 됐다.
이에 TSMC는 건설 작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모국인 대만에서 근로자를 추가로 데려오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가 원하는 이들 임시 근로자의 수는 약 5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달 20일 "당초 일정에 따라 현지에 첨단 장비를 설치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직원이 대만에서 파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TSMC는 지난 6월에도 전문 인력을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TSMC의 대만 인력 충원 계획이 알려지자 애리조나의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해외에서 근로자를 데려오는 것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반도체법의 핵심 목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애리조나건설노조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TSMC는 미국 근로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대만 근로자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을 요청했다.
이 노조 조직은 배관공, 전기 기술자, 금속 노동자 등을 대표하는 14개 노조의 상위 조직이다. 이 조직 노조원은 피닉스 공장 건설 현장 근로자 1만2천명 가운데 약 25∼30%를 차지한다.
미국 반도체법은 작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520억달러(약 69조1천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TSMC도 이번 공장 건설 등을 통해 150억달러(약 19조9천억원) 규모의 세금 공제와 보조금 지급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 TSMC는 근로자를 임시로 데려오려는 것이라며 애리조나의 근로자를 일자리에서 쫓아내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험이 풍부한 소규모 전문가 그룹은 현지인과 경험·지식을 공유해 미국 공급망의 현지화라는 더 큰 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반도체업계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속에 공격적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등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2030년까지 미국에 11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현재 학위 수여율을 감안하면 6만7천명 정도가 부족해질 전망이다.
미국 대학 공학 석사 졸업생의 50%, 박사 학위 소지자의 60%가 다른 국가 국민이며, 석사의 80%, 박사의 25%가 자의 또는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는 이민정책으로 인해 미국 밖으로 나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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