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류첫날 후쿠시마 해수욕장 한적…"방류 분노" vs "안전 믿어"
"아이들 안심하고 바다에 들어갈 수 있나…바다는 쓰레기통 아냐"
"정부 안전하다고 하니 무섭기는 하지만 믿어"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4일 오후 2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남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우스이소해수욕장.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관광사이트는 이곳을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투명하고 깨끗한 파도를 즐길 수 있는 이와키시의 대표적인 명소로 가족과 젊은이들에게 인기"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날 오후 1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한 뒤 약 한 시간 정도 지나 해수욕장을 찾았다.
모래사장 길이가 수 백m는 되는 큰 규모의 해수욕장에는 20명 정도 되는 시민이 30도를 넘는 늦더위를 떨치기 위해 바닷물에 들어가거나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와키시에 사는 나오미(42)라고 이름을 밝힌 여성은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의견을 묻자 일본 정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오미 씨는 "오늘 아침에 인터넷에서 진행되는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을 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방류를 시작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바다를 쓰레기통처럼 사용하는데 한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바다로 연결돼 있는데 그것을 생각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막 바닷물에서 나와 수영복 차림인 나오미 씨는 "이와키에서 태어나서 살고 이 바다를 좋아해서 걱정은 됐지만 오늘도 수영했다"면서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도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는 바다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20명 정도밖에 안 되는 해수욕객이 오염수 방류 때문에 평소보다 적은 것이 아니냐"고 묻자 "해수욕 시즌이 끝나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수도권인 사이타마현에서 아내 및 두 자녀와 함께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수욕장을 찾았다는 한 가장(35)은 오염수 방류 시작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해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원전 앞 바닷물이 이곳까지 남쪽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수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3살과 1살인 두 자녀는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불안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 해수욕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들은 이와키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남학생들이었다.
아직 방학 기간이라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 여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찾았다는 청소년 7명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서로 밀치기도 하면서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학생들은 "방류 후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해수욕 뒤 잘 씻으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 학생은 "바닷물을 안 마시면 되지 않느냐"며 "아 그런데 마셨는데 짰다"고 말하며 웃었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