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기정통, '예산삭감 울상' 출연연 달래기
출연연 기관장들과 간담회…출연연 측 "예산 재량권 필요"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예산 삭감 삭풍을 맞은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불만 달래기에 나섰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4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출연연 기관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효율화 기조의 배경, 당위성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으나, 연구 현장의 높은 혁신 의지와 함께라면 최고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으로 성공적인 체계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과기정통부가 전했다.
이 장관은 또 "현장에서 묵묵히 우리나라 혁신에 기여하고 계신 연구자분들이 더욱 자긍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도록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재정적·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2일 내년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13.9% 삭감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출연연의 주요사업비는 올해 대비 19% 삭감된다.
간담회에는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25개 출연연 원장이 참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윤석진 원장 대신 양은경 부원장이 참석했다. 약 1시간여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참석자 중 절반가량이 발언했다는 후문이다.
출연연 기관장들은 이날 대체로 '경직된 예산 규제를 풀고 재량권을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은 R&D 예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정부 기조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자율성이나 재량권을 해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과기정통부에 요청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출연연 주요 사업이 대과제, 중과제, 세부 과제 등으로 촘촘히 쪼개져 있고, 이들 과제 간 예산이 다른 과제로 옮겨갈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제를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기관장이 자신의 철학에 맞게 특정 과제를 주력으로 삼고 싶어도 현재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과제별 예산을 어느 정도 조정할 자율성을 주고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대과제 선으로 풀어주거나 넘나들 수 있게 해주면 급한 데 먼저 쓰는 식으로 자율 조정이 가능한데 그게 안 돼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정부에서 강조하는 국제협력 내실화를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이외에도 상용화 가능성이 큰 대형 과제 연구를 위한 예산 재량권 확보 등도 제안했다.
또 유사한 주제 국책과제에 대해 정부가 부처 칸막이를 넘어 대형화해줄 것, 전략기술에 대한 신속한 예비타당성조사 등도 요청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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