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우려해 안보수장 "반란, 우리와 무관" 직접 해명
바이든·정보당국·국방부 등 '러 내정문제 알아서 처리하라'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정부는 전용기 추락으로 숨진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그간 애써 거리를 둬온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6월 바그너 용병그룹 반란사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에게 미국과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WSJ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및 외국 관리들을 인용해 설리번 보좌관이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를 지낸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과 전화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당시 통화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의 반란사태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해당 사태를 러시아 국내 문제로 본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미국이 무장 반란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의 사이에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미국 정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의 배후를 외부로 돌릴 가능성을 우려해 사태 직후부터 '미국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러시아 측에도 전달해왔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가 마무리된 직후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이 반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러시아 측과 접촉해 프리고진의 반란이 미국의 의도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등 비슷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반란 사태 뒤 프리고진이 "먹는 것(독살)을 조심하라"고 말하는 등 러시아에 내정과 관련한 사태를 러시아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무장반란 사태 2개월 만에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 등이 탄 전용기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트베리 지역에 추락해 탑승자 10명 전원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하나였던 프리고진은 2014년 창설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면에 나서 상당한 공을 세웠으나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 끝에 지난 6월 23∼24일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바그너그룹은 반란 직후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주 군 시설을 장악한 이후 북진해 하루도 안 돼 모스크바에서 200㎞ 내 거리까지 진입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돌연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