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中경제, 2008년 美위기때와 비슷…미국에 영향 미미"
"미, 대중국 투자·수출 많지 않아…인플레 둔화 시 긍정적 부분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2008년 미국 등의 금융위기 때와 닮았다면서도,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중국이 2008년과 비슷한 위기를 겪는다면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여파가 있을지 등 좀 더 조건부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다"면서 "답은 매우 명확히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의 상황이 2008년 미국·유럽 경제와 비슷하다면서, 2008년 당시 위기는 미국과 유럽의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초래됐고 '그림자 은행'의 붕괴 등 금융 혼란에 의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현재 2008년 서방 국가들보다 부동산 거품이 심하고, 그림자 금융 문제도 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까지 안고 있지만, 해외 채무가 적은 만큼 정부가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당국자들이 필요한 조치를 할 만한 의지나 지적 명확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고, 이 때문에 중국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지속 불가능한 부동산 영역에 투자하는 대신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지만 과소비나 민간 영역의 재량권 확대에 대한 중국 당국자들의 태도가 문제이고, 은행들에 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중국에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중국 위기에 노출되는 정도는 놀라울 정도로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홍콩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액은 2천150억 달러(약 287조원), 주식·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는 5천150억 달러(약 688조원) 수준으로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하면 소규모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 되는 1천500억 달러(약 200조원)가량에 불과한 만큼, 중국이 위기에 빠져도 미국산 제품 수요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위기로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경우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요인이 되는 만큼 작게나마 미국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정부가 국내 문제에서 자국민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면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위기가 중국 내에서 일어날 뿐 2008년과 같은 세계적 사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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