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이어 양파까지 '가격 들썩'…"아시아 개도국에 퍼펙트 스톰"
악천후 등으로 생산 타격·수출 제한…저소득층, 식품 물가에 취약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쌀, 양파 등 아시아에서 주식으로 소비되는 농산물의 가격이 크게 들썩이면서 현지 민생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아시아에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최근 국제 쌀 가격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인도가 수출 물량의 약 절반에 대해 반출 금지 조처를 내린 데다 중국을 덮친 태풍과 홍수, 태국에서 발생한 가뭄 등이 겹치면서 쌀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장징펑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사는 "세계 쌀 가격이 특히 걱정스럽다"며 "식품 가격 변동성이 몇 달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쌀 가격 급등은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 저소득층 민생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ADB는 2010∼2012년 식량 위기가 닥치자 당시 연구를 통해 국제 식품 가격이 30% 오르면 아시아 식품 수입 개도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6%포인트가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ADB는 또 아시아 개도국 식품 가격이 10% 인상되면 6천440만명이 하루 1.25달러(약 1천670원) 수입 이하의 빈곤 상태로 추락한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에 따르면 특히 필리핀의 경우 소비자 물가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4.8%나 돼 식품 가격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분류된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쌀 소비량 모두를 아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식품 중 쌀 가격만 오른다면 일단 아시아 국가 상당수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은 쌀 수출국인 데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 등 여러 국가가 상당한 양의 재고도 확보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쌀 외에 양파 등 다른 여러 식품 가격도 동시에 들썩인다는 점이다.
특히 양파는 최근 세계 최대 수출국 인도가 수출세 40%를 부과하면서 인도 주변 아시아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양파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는 물론 중동 등에서도 각종 요리에 꼭 필요한 작물로 꼽힌다.
인도 정부가 양파에 수출 관세를 부과한 것은 생산량이 감소해서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전역에 홍수가 발생했고 이번 달에는 가뭄이 이어지며 각종 농산물 생산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인도의 양파 소매가격은 19일 기준 킬로그램당 평균 30.72루피(약 493원)로 작년 동기보다 약 20% 상승한 상태다.
인도에서는 최근 악천후 등으로 인해 토마토 가격도 300% 이상 뛴 바 있고, 채소 가격도 지난 6월 7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품 물가의 변동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올해 후반 엘니뇨가 아시아 지역 대부분에서 건조한 환경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쌀 재배에 또 충격을 줄 전망이다.
이미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인 태국은 물을 절약하기 위해 벼농사 지역의 이모작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런 건조한 환경은 밀, 보리뿐 아니라 식용유의 핵심 성분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지구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일어났는데,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은행에서 태국과 중국을 맡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에리카 타이는 "장기적으로 기후와 관련된 혼란이 점점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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