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전문가 "다가올 '감염병X', 전 지구적 대비 전략 필요"
영국보건안전청 샬렛 박사,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서 발표
(서울·뮌헨) 나확진 기자·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 "통계적으로 감염병이 일어난 직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X'에 대한 전 지구적 대비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3'에서 영국보건안전청(UKHSA) 안드레 샬렛 박사는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더 빠르고 현명한 대응'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감염병X(Diease X)는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을 뜻하는 말로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감염병X는 '예정된 위협'으로 세계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영국 정부도 지난 3일 발간한 '2023 국가위협 등록부'(NRR)에 영국이 맞닥뜨린 89개 위협 가운데 하나로 '신종 감염병'을 담았다고 샬렛 박사는 설명했다.
샬렛 박사는 "영국 정부가 신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따져보니 가까운 미래 영국에서 감염병으로 인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이 5~25% 수준"이라며 "매년 유행하는 독감마저도 변종을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종과 종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감염병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X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과 '신속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빠른 진단으로 초기 100건의 감염 사례를 모을 수 있으면 해당 감염병의 정체를 밝히고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샬렛 박사는 "코로나 유행 초기에도 입원율, 에크모 유무, 치명률 등이 담긴 100건의 정보를 통해 코로나가 치명률이 높으면서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 유행 초기 2년간 370억 파운드(63조원)의 예산을 들여 확진자 추적 조사를 시행했지만 결국 실패했지만, 한국은 신속한 진단으로 확진자를 추적해 추가 감염 경로를 차단하며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방역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코로나 검사 후 판정과 양성 여부를 확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5일이 넘는 시간이 걸리면서 그사이 추가 접촉자가 발생했다며 "격리와 접촉자 추적이 영국에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증상 감염 여부를 찾아내는데 방역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어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샬렛 박사는 감염병X에 대비하기 위한 '100일 미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00일 미션은 국제기구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추진하는 글로벌 감염병 대응 전략이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병을 분석해 대규모 백신 생산까지 100일 안에 완료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백신 라이브러리와 임상 연구 네트워크, 감염병 조기 경보 시스템 등이 구축돼야 한다.
샬렛 박사는 "감염병X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거나 어떠한 치료제도 효과가 없는 질병일 수 있다"면서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된 모든 문제를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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