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비관 케냐 청년, 붐비는 교차로서 분신해 숨져
지인 "대학서 기계공학 전공하고 직장 못 구해 좌절"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한 청년이 교차로 한 복판에서 분신해 목숨을 잃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더스탠더드에 따르면 로버트 기투후로 알려진 28세의 이 청년은 지난 17일 오후 수도 나이로비에서 490km 떨어진 항구도시 몸바사의 붐비는 교차로 가운데 있는 동상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양 손에 석유를 담은 물통과 케냐 국기를 든 기투후는 모여든 이들에게 "옥수수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죽는 게 낫다. 오딩가의 대선 승리는 도둑맞았다"고 외치고 나서 스스로 불을 질렀다.
주변 행인들이 기투후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전신 80% 화상을 입은 그는 수 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다.
그와 함께 서부 엘도레트 대학을 졸업했다는 동창생 아흐메드 미라즈는 언론에 기투후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좌절했다고 말했다.
케냐에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대선 결과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승리했고, 근소한 표 차로 패한 라일라 오딩가 야당 대표는 자신이 표를 도둑맞았다며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오딩가는 지난 3월부터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고 대선 결과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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