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경제 확장, '탈달러' 속도 결정할 수 있어"
ING 보고서…브릭스 정상회의 앞두고 '탈달러화' 관심
브라질·아르헨티나·러시아 등 中 위안화 결제 늘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포함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신흥경제국들 사이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탈(脫)달러화'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ING 은행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우리는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리는 올여름에 '탈달러' 의제가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오는 22∼24일 남아공에서 열린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한 중국·브라질·인도·남아공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브릭스는 세계 경제의 8.3%, 세계 인구의 41.9%를 차지한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브릭스와 아프리카: 상호 가속화된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다자주의를 위한 동반자 관계'를 주제로 진행되며 회원국 확대 등 브릭스의 외연 확장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힌다.
ING 보고서는 "브릭스의 경제 확장은 달러 영역 바깥에서 상업과 금융 시스템을 채택하는 속도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이는 국제 통화로서 달러의 지배적 위상에 분명한 도전이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자 미국의 '달러 무기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3천억달러(약 403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여기에 브라질이 목소리를 보태면서 '탈달러화'는 최근 몇개월 새 힘을 얻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자국 통화(중국 위안과 브라질 헤알)를 활용한 무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성명에서 "양측은 경제와 재정·금융 영역에서의 대화를 심화하고, 현지 화폐 무역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 1천505억달러(약 202조원) 규모인 두 나라의 교역에서 현지 화폐 활용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의 의미로 해석됐다.
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는 지난 3월 양국 간 교역에서 결제 화폐로 자국 통화를 쓰는 데 공식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은 이 합의에 따라 브라질 업체들이 달러 결제망인 SWIFT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토록 함으로써 위안화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했다.
룰라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전 신개발은행(NDB) 상하이 본부를 찾아서는 달러가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것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그는 "매일 밤 나는 왜 모든 국가가 무역을 달러에 기반해야 하는지 자문했다"며 "왜 우리는 자국 통화에 기반한 무역을 할 수 없는가. 금본위제가 사라진 후에 달러가 국제 통용 화폐라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였나"라고 연설했다.
NDB는 '브릭스판 세계은행'으로 2015년 설립됐다.
브릭스 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의회 알렉산데르 바바코프 부의장은 러시아가 여러 개발도상국과 국경 간 무역을 위한 통화연합(공동통화)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저상증권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에서 탈달러화 추세에 새로운 모멘텀을 추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당 통화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면 미국 달러 같은 신용 통화의 가치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17일 남아공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 의제에 '브릭스 통화'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제 무대에서 중국 위안화의 거래는 늘어나는 추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달 만기가 도래한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을 중국과 체결한 위안화 스와프를 통해 위안화로 갚았다. 또 지난 5월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대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지불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양국 간 교역 시 자국 화폐로 결제하기로 합의하면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확대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7일 발간한 분기 금융 정책 보고서에서 국경 간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며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ING 보고서는 "탈달러화는 주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 보유고에서 관측된다"며 "달러가 위안화를 포함해 다양한 통화에 밀려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점유율이 58.6%로 떨어지며 관련 데이터가 집계된 1995년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추이를 보면 미국 달러는 위안화나 일본 엔화 같은 아시아 통화에 주로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의 고금리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점유율은 59.2%로 살짝 올랐다.
또 민간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달러에 비해 위안화의 매력이 한참 떨어진다.
지난 7년간 글로벌 중앙은행 보유고 이외 국제 자산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5%에서 6%로 높아지는데 그쳤다. 반면 지난해 중앙은행 보유고 이외 국제 자산에서 달러의 비중은 49%라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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