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경제] ②당국, 내수진작·투자유치 안간힘…효과는 미지수
디플레 경고 속 비구이위안發 부동산·금융 대란 조짐에 우려 목소리
당국·관영매체, 위기극복·안정적 성장 장담하나 해법은 미지근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도 경제의 심상치 않은 경고 신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며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가 금융 분야까지 번지는 상황을 중국 정부 역시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국은 거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를 중심으로 연일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처한 내수 부진과 부동산·금융시장 위기, 지방정부 재정난, 위안화 가치 하락 등 핵심 사안에 대한 뚜렷한 해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내수 진작과 외자 유치 확대에 방점을 둔 기존 대책을 단순히 확장하는 수준에서 위기 대처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소비 촉진·외자 유치 주력
발개위는 지난달 31일 공업정보화부, 상무부 등과 함께 유급휴가제 전면 시행과 탄력근무제 장려 등을 담은 소비 회복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친환경 가구·주택 구입 장려, 스마트 가전제품 신규 구매 지원, 금융기관의 주택 매수용 대출에 대한 신용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내수 소비를 늘려 경기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상무부와 공업정보화부 등 경제 부처 관료들은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 이후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에 의구심을 품는 외국 기업인들을 잇따라 만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부 조달 사업에 외자 기업이 중국 기업과 동등하게 참여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해 외자기업의 중국 내 재투자를 장려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국 토종기업과 외자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세무총국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조치를, 공안부는 농민들이 자유롭게 도시로 이주할 수 있도록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완화를 각각 발표했다.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을 통해 주택 구매를 늘리고 소비 능력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5일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내림으로써 총 6천50억 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디플레이션과 부동산 붕괴 우려 속에서 자금 경색을 방지하려는 정책 의지가 느껴진다.
사실상 모든 부서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 모습이다.
경제 분야 최고 책임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16일 국무원 전체 회의에서 고위 관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내수진작과 투자유치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도 지난달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안정적 통화정책을 계속하고 감세와 행정사업성 비용 절감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발 리스크 '위험수위'…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
하지만 당국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도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 상반기부터 각종 경제지표가 디플레이션을 가리키는데도 늑장 대응해온 당국이 결국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는 물론 돈을 댄 금융권까지 위기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접근법은 아직 안이하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공격적인 대규모 부동산 지원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비구이위안은 결국 디폴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당국이 제시하는 감세 등 간접적 지원만으로는 경기 회복을 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소비 진작을 위해 국민 현금 지급 등의 방안이 거론돼왔으나, 중국 당국은 아직 이를 극구 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 불안 속에서 중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아울러 연초 이후 상승일로인 16∼24세 청년실업률이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청년실업률 발표 중단이라는 이해 못 할 대응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불리한 통계를 아예 감추려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외국 투자자들의 대중국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로 제시한 '5% 안팎'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 주석 주재로 지난달 24일 연 회의에서 현 상황에 대해 내수 부진과 부동산 리스크, 외부 환경의 어려움으로 경제 회복이 더디다면서도 "기복이 있는 발전, 곡절이 있는 전진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서방에서 우려하는 디플레이션은 없으며 조만간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중국 경제 회복은 파도 같은 발전, 울퉁불퉁한 과정과 같을 것"이라며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과장했지만 결국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도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밖의 시각은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높은 실업률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많은 경우에서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위험천만하다는 인식을 비춘 것이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세가 주춤거리고 있다는 징후가 드러나면서 경제 침체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충분한 조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안도감도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