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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반기 이익 작년의 '반토막'…실적개선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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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반기 이익 작년의 '반토막'…실적개선 지연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순이익 감소폭 2005년 이후 최대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민영 기자 =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경기 부진 속에 국내 상장회사들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작년 상반기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이익을 거뒀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적자 기업이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높아지면서 재무 여건도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부진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 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영업이익 '반토막'…감소폭 최대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615개 상장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천390조5천4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3조1천83억원으로 52.45%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37조6천886억원으로 57.94% 줄어들었다.
이익 감소폭은 통합 거래소가 출범한 2005년 이래 최대다.
코스피 상장사들은 작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은 각각 3.82%와 2.7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0%포인트, 3.88%포인트 낮아졌다.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상장사의 연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37.94%, 48.81% 감소했다.
상반기에 8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공사를 뺀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1.14%, 55.66% 줄어들어 작년 상반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와 한전을 모두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60조2천495억원, 41조2천60억원으로 각각 38.37%, 47.14% 감소했다.
문종열 상장회사협의회 경제조사팀장은 "기업 실적이 2021년 정점을 찍고 미중 갈등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작년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더 안 좋아진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삼성전자와 한전 등 대기업 실적이 주로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성장률도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 우리 수출이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원가 부담이 상당히 늘어 지난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들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12월 결산 코스닥 1천112개 상장사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36조1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조6천억원과 4조1천억원으로 각각 36.1%, 41.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은 각각 4.1%, 3.0%로 작년 상반기보다 2.7%포인트, 2.5%포인트 낮아졌다.
◇ 상장사 적자 기업 늘고 재무여건 악화…금융사만 호조
상장사 전반적으로 흑자 기업은 줄고 적자를 낸 기업들이 늘면서 재무 여건도 악화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12.69%로 작년 말보다 0.06%포인트 높아졌다. 615개사 중 순이익 흑자를 거둔 기업이 469곳(76.26%)으로 26곳 감소했고 적자 기업이 146곳으로 늘었다.
코스피 연결 기준 17개 업종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분야는 기계(62.02%), 비금속광물(26.71%), 운수장비(84.71%), 유통(2.56%), 통신(3.26%) 등 5개에 불과하다.
전기전자와 의료정밀은 적자로 전환했고 전기가스는 적자를 지속했다. 건설, 서비스, 섬유의복, 운수창고, 음식료, 의약, 종이목재, 철강금속, 화학 등 업종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업종별 영업이익을 보면 이차전지 분야가 속한 정보기술(IT)부품(-82.9%), 반도체(-78.9%), 인터넷(-62.2%), 소프트웨어(-11.6%), 통신장비·디지털콘텐츠·통신방송서비스 적자전환 등 IT업종이 모두 부진했다. 기계장비, 화학, 제약, 비금속, 의료정밀 등 제조업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 분석 대상 1천112개사 중 순이익 흑자 기업은 675개사, 적자 기업은 437개사로 집계됐다. 흑자 기업 비중이 전체의 60.7%로 작년 상반기보다 낮아졌고 적자 기업 비중은 39.3%로 높아졌다.
코스닥 상장사 부채비율도 6월 말 기준 108.8%로 작년 말의 107.2%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업종 내 은행, 보험, 증권 등 대다수 상장사는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금융업 42개사(개별 제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7조7천15억원, 21조1천87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27%, 5.56% 늘어났다.
연결 순이익 규모는 금융지주 12조2천93억원, 보험 5조2천73억원, 은행 1조3천991억원, 증권 1조9천881억원 등 순이다. 순이익 증가율은 은행(19.13%)과 증권(15.06%)이 높았고 보험(5.77%)과 금융지주(4.19%)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 상장사 실적개선 늦어지나…"대외여건 악화에 수출 회복 더뎌"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지난 달 실물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중국 경기 둔화는 전 세계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미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달까지 두 달째 흑자를 나타냈지만,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7월에도 12억7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단가가 하락세인 데다 중국 내 산업생산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중국 수출액은 7월 99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5.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반도체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는 이번 실적 발표 기간에 소폭 감소했다"며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내년으로 이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종별로 화학과 건설, 건축업종 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이차전지 종목들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상장사 실적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4분기 이후부터 실적 회복이 예상되기는 하나 그 속도가 시장 기대대로 빠르게 높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indigo@yna.co.kr, mylux@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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