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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유엔대사 "北인권문제는 안보문제…안보리 의제화 필요"
한미일, 6년 만에 안보리 北인권회의 요청…17일 성사여부 결정
"北주민 인권침해 통해 ICBM 개발비용 마련…규탄 동참 이끌어야"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황준국 유엔주재 대사는 14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북한의 실상을 직시할 수 있도록 북한 인권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식 의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이날 주유엔 대표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대화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 문제의 안보리 공식 의제화는 북한의 정책과 행동을 바꿔나가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0일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회의의 개최를 한국, 일본 등과 함께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견에는 황 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황 대사는 "우리에겐 북한 인권 문제가 동시에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최근 1년 반 사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M)을 12번 발사했는데, 희소한 자원을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드는 무기 개발에 투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한 정권의 전체주의적 통제와 인권침해 상황이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 대사는 또 "대내적으로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수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 노동자가 이동의 자유도 없이 사실상 강제노동하면서 번 소득의 90% 정도를 국가가 가져가고 있다"며 "숫자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이를 통해 몇 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핵 문제를 북한 인권 문제와 따로 떼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안보리 차원의 강제조치나 의장성명 등과 같은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격화한 데다 중·러가 인권 문제의 안보리 의제화를 꺼려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 대사는 "공식 회의가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북한 실상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많은 나라가 규탄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안보리 차원의 강제 조치가 나오기 어려운 국제 환경이라고 해서 북한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만 있을 게 아니라 국제 여론전을 통해 북한에 압력 행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안보리는 2014∼2017년 4년 연속 북한 인권 상황을 다루는 북한 인권회의를 개최해왔지만 2017년 12월 회의를 끝으로 2018년부터는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됐다고 유엔대표부는 설명했다.
한미일 등의 요청대로 회의가 오는 17일 개최될 경우 2017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안보리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회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안건 채택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돼 절차 투표를 거쳐 회의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4∼2017년 회의도 중·러의 반대로 매번 절차 투표를 거쳐 정식 회의 안건으로 채택됐다.
절차 투표에서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없으며 이사국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다.
황 대사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한국이 안보 불안을 조장해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중·러의 잘못된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인권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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