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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 소방관들 "소화전에 물 없었다"…수도망도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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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 소방관들 "소화전에 물 없었다"…수도망도 마비
경보 사이렌 먹통에 수도망 마비로 화재 진압 발목 잡아
마우이섬에 설치된 사이렌 80개…"경보 전혀 못들어" 증언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사망자 수가 100명에 육박하고 있는 미국 하와이 산불 현장에서 수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방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이섬에 화재가 처음 발생한 지난 8일 서부 해변 라하이나 마을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으나 주변 소화전에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화전에 연결한 호스는 수압이 낮은 탓에 물줄기를 뿜어내기는커녕 분무기를 뿌리는 수준에 그쳤고,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마을 중심부에서 1마일(약 1.6㎞) 정도 떨어진 언덕배기 주택가로 옮겨붙은 불길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라하이나 마을을 집어삼켜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근무 중이었던 소방관 케아이 호는 NYT에 "소화전에 물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화마로 집을 잃은 라하이나 카운티 상수도위원 에콜루는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소방관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며 "이번 화재와 관련, 향후 물 문제가 논의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라하이나가 개울을 흐르는 지표수와 우물로 퍼 올리는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마을 수도 시스템의 붕괴는 100년여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낳은 산불의 또 다른 재앙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당일 많은 건물이 불에 타버리면서 수도관이 손상된 탓에 소화전에 공급되는 수압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시속 70마일(약 112.7㎞)의 강풍 때문에 소방헬기가 바닷물을 퍼오는 것조차 어려웠다는 것이다.
NYT는 하와이주(州) 검찰총장이 이번 화재와 관련, 비상 대응 체계 전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많은 주민들이 대피령을 전달받지 못했으며, 비상사태 시 작동하게 돼 있는 사이렌을 듣지 못한 것과 함께 물 이용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 BBC 방송은 관계 당국이 산불 대응 과정에서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마우이섬에는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들에게 이를 전파하기 위한 야외 사이렌이 약 80개 설치돼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새벽 산불이 시작된 여파로 정전까지 발생했지만, 주민들은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
오후 3시가 지나서야 화재로 인해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사람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기 시작했고, 각자 알아서 피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BC는 "접촉한 라하이나 주민 20여명 중 아무도 대피하는 과정에서 대피령이나 화재 경보 사이렌을 접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일부가 휴대전화로 언론 매체의 경고 메시지를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우이 당국의 공식적인 첫 대피 명령은 당일 오후 4시 29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하이나 끝자락인 켈라웨아 마우카 마을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BBC는 짚었다. 이미 거리 곳곳에 화마가 덮쳐온 뒤였다.
당국도 제때 경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에 대해 주 검찰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보금자리를 잃은 리즈 게르만스키는 "예방도, 통지도 전혀 없었다"며 당국을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피해와 관련,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BBC는 "당국이 수색을 지속함에 따라 앞으로 수주간 희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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