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수감자 협상 뒤엔 셔틀외교…"1년간 한번도 대면 안해"
CNN "제3자가 호텔 2곳 오가며 협상…카타르·오만·영·스위스 중재"
"韓 동결자금, 스위스 거쳐 카타르 송금…30∼45일 걸릴듯"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협상이 성사되기까지 '셔틀외교'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CNN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양국 협상에 정통한 미국의 한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1년여간 카타르 도하에서 불규칙하게 협상을 벌이면서 단 한 차례도 대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카타르 외교관이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각각 머무는 호텔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중재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국무부와 백악관, 재무부 등 관계자가 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카타르 외에도 오만과 영국, 스위스 등 국가들이 2년 반 동안 비정기적으로 이어진 '간접 협상'에서 셔틀외교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국과 이란이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의 직접 대화 제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급속도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란은 이후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높여왔고,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시작한 핵 합의 복원 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양국이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지난 10일 양국의 수감자 맞교환과 한국에 동결된 자금 해제 합의가 전격 발표됐다.
CNN은 이에 대해 "끈질긴 노력으로 첫 번째 성공의 신호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합의대로 이행되면 복잡한 외교가 중대한 합의를 끌어낸 셈이 된다"고 평가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협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어떠한 보장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고, 이란의 수감자 가택연금 전환에 대한 정보도 발표 이틀 전에야 파악했다고 한다.
미 당국자들은 앞으로의 합의 이행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민감한' 간접적인 협상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이번 거래의 한 요소가 수감자 교환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 동결된 60억 달러(약 8조원)를 카타르에 있는 제한된 계좌로 옮겨 식품·의약품 같은 '비(非)제재성 거래' 품목에 사용이 더 용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이 동결 자금이 카타르로 송금되는 데 30∼45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으며 다른 소식통 2명은 스위스를 통해 자금이 이동하게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동결 자금 송금에는 미국 재무부가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보이며, 쉽지 않은 과정이 될 수 있다고 CNN은 관측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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